“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잖아요. 이번 기회에 한·일 역사 ‘열공’하려 합니다.”

대학생 조모(24)씨는 최근 큰 마음을 먹고 한국사능력검정 고급시험에 응시했다. 일본 브랜드 화장품을 모두 버릴 정도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조씨는 11일 “일본이 왜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해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직장인 박종민(47)씨도 이번 불매 운동을 계기로 학창시절 때는 등한시했던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박씨는 매일 아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양국 역사에 대한 글을 정독한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집권 자민당 세력이 60여년간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려 한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이제는 일제 역사를 제대로 배우자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 일본 제품과 여행 거부를 넘어 일본 정부발(發) 경제 보복의 빌미가 된 과거사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대응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10일 진행된 제44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응시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험 접수 기간이던 지난달 중순 공식 홈페이지에는 “응시 인원 급증에 따라 시험장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유명 역사강사 설민석(49)씨가 올린 일제강점기 역사 관련 유튜브 동영상은 11일 기준 조회수 52만번, ‘일본은 왜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을까’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70만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는 “어게인 1945년 8월 15일(광복절)” “잊지 말자 을사오적(1905년 을사조약에 찬성한 정부 대신 5명)”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인근 대로변에 11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유적지를 직접 찾는 일명 ‘애국 여행’도 확산되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일환이다. 취업준비생 오모(23)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일본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오씨는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 열사들의 희생을 기릴 수 있어 뜻깊었다”고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존의 ‘상하이 역사 투어’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앞둔 주말인 10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는 시민 3700여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대문형무소 인근 거리에는 시민단체들이 같은날 설치한 ‘노 아베’ 현수막이 줄줄이 걸렸다.

서점가에서도 역사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G마켓 도서를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업체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역사 관련 도서 매출이 전월 대비 약 20% 늘었다. 이 업체는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역사 도서 등의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출판업계에선 일본인 저자나 일본 관련 도서 출간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 관계자는 “소설 부문의 경우 일본 작가들의 지분이 상당했는데 최근에는 기획조차 하기 힘들다”며 “책이 안 팔리는 것보다 ‘친일 출판사’로 찍히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민아 조효석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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