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은첩(SEMCORP) 홈페이지 캡처

한·일 무역 전쟁 심화가 중국에 ‘호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계속해서 공장 증설을 해온 중국 배터리 업계는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양산 계획에도 이번 사태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소재업체 상해은첩의 자회사 우시은첩은 오는 9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28억 위안(약 4826억원)에 달한다. 필름 분리막 생산라인 8개와 코팅 분리막 생산라인 16개 설치를 완료할 경우 상해은첩의 연간 생산액은 15억 위안(약 2585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다. 음·양극재가 배터리 내부에서 서로 섞이지 않도록 분리해주며 배터리 안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SDI, LG화학 등 한국 주요 업체들은 분리막을 일본 아사히케세이와 도레이로부터 상당 부분 공급받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받던 공급을 다변화하면서 중국 업체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리막은 기술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제품의 격차도 크지 않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이번 뿐만 아니라 중국은 계속해서 배터리 관련 공장 증설을 해왔다”며 “배터리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분리막 생산량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양국이 무역 갈등 심화로 피해를 입게 되면 중국 기업들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전기·전자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지난달 D램 사업 진출을 공식선언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추격·시장 점유 속도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최대한 빨리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 정부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우선 민간 차원의 교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사단법인 한일경제협회, 일한경제협회는 다음달 24~25일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를 개최한다. 원래 지난 5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양국 관계 악화로 연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도 11월 14~15일 ‘한일 재계 회의’를 연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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