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독일 미국 등 주요국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선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선진국 국채금리가 폭락(채권가치 상승)하면서 ‘금리 연계형 DLS’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원금 손실액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암울한 관측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2일 “DLS의 리스크 및 판매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DLS는 금리나 원자재, 환율 등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거두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유사한 구조다. ELS는 주가가 만기일까지 약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10% 이상 고수익을 얻게 된다. 반면 주가가 폭락하면 원금을 잃는 ‘녹인(Knock-In)‘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락폭에 따라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ELS ‘녹인’ 금액은 3579억원으로 전체 원금비보장형 ELS 잔액의 0.6% 정도였다. DLS 상품의 ‘녹인’ 규모도 전체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0.1%(105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선진국 국채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녹인’ 위기에 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금리연계형 DLS 상품 가운데 상당수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미국 국채 5년물,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가령 독일 국채 10년물 DLS 상품은 금리가 -0.2%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률을 주지만, 그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0.580%대까지 떨어졌다. 몇몇 DLS 상품은 이미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나머지 상품들도 다음 달부터 줄줄이 만기 예정이다. 원금비보장형 DLS 상품의 절반 가량은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을 넘는 사모형으로 팔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리 상승기가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 높았는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안전자산이 주목받으며 선진국 국채 금리가 갑자기 확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DLS 투자자들은 판매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독일 영국 등의 국채 금리가 상반기부터 차츰 내려갈 조짐을 보였는데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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