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DHC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 패널이 역사 왜곡 발언을 하는 장면이다. 방송 화면 갈무리

‘혐한’ 발언과 역사 왜곡으로 공분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국내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주요 판매 채널인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에서 12일부터 사실상 판매 중단됐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통업체들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H&B 스토어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DHC 제품이 대부분 판매 중단됐다. 올리브영은 이날 대부분 매장에서 DHC 제품에 대해 사실상 판매중단 조치를 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매장에서 (DHC 뿐 아니라) 일본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있는 경우에 국산 등 대체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 제품에 대한 홍보나 마케팅은 전면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직영 80% 가맹 20% 정도로 운영되는데, 일부 제고가 많은 매장에서는 진열을 뒤로 빼는 방식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도 오늘 DHC 제품을 온·오프라인 모두 전면 판매 중단했다. 온라인은 즉각 판매 중단 조치를 했고, 오프라인은 발주를 중단하고 매장 진열에서 빼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도 즉각 판매중단 조치를 취했다. 롭스 관계자는 “지금은 DHC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며 “오래 고민할만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H&B스토어는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함께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 70% 정도인 올리브영과 2~3위 업체인 랄라블라, 롭스 등을 포함해 전국에 1500여개 H&B스토어가 운영 중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고조되면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H&B 스토어에도 불똥이 튀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들을 많이 판매한다’는 이유로 H&B 스토어에 대한 불매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DHC 주요 제품들. DHC 인스타그램 갈무리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마다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7% 정도다. 제품 구성 비중뿐 아니라 매출 비중도 10% 미만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본 브랜드 제품 판매 동향을 보니 전월 동기간 대비 8% 정도 떨어졌다”며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으나 당장 일본 제품을 철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커지면서 일본 제품을 마케팅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롭스 등 H&B스토어들은 2~3주 전부터 매장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 일본 브랜드들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전면 철수까지는 계약 관계상 간단하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화장품 제조사인 한국콜마가 여성 비하 유튜버 동영상을 직원 조회 때 시청하게 한 것도 H&B 스토어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사태 발생 나흘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콜마가 만든 제품에 대해 불매하겠다는 움직임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H&B 스토어에서 주로 취급하는 중소업체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등 주요 화장품·생활용품 업계는 자체 제작이 가능한 대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며 “소비자들의 감수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HC는 지난 10일 일본 본사가 운영하는 DHC텔레비전의 시사 프로그램 ‘진상 도라노몬 뉴스’에서 우리나라의 불매운동과 관련해 한 출연자가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는 비하 발언을 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방송에서 다른 출연자는 “조센징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서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고,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역사 왜곡도 저질렀다.

한편 DHC는 주요 유통 채널의 판매 중단, 발주 중단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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