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있다” vs “퍼포먼스”… 불매운동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지난달 4일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한국인의 일상이 되고 있다. 맥주를 마실 때는 아사히나 기린 같은 일본 브랜드보다는 국산을 찾고, 화장품을 살 때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국산 제품들을 찾아 구매한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열기는 뜨겁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불매운동이 일본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더 가열차게 해서 궁극적으로 일본 정부를 움직이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쪽이 있는 반면, 불매운동은 일본에 저항하는 퍼포먼스일 뿐 경제적 효과는 없다는 회의론도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대표적인 불매운동 긍정론자다. 반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회의론에 가깝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 두 사람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국 시민의 ‘NO아베’ 움직임에 연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지난 4일 오후 신주쿠(新宿) 아루타 마에에서 반(反) 아베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불매운동 긍정론/ 호사카 유지 교수
호사카 유지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불매운동을 하면 정치에 무관심했던 해당 기업 일본인 간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피해를 입으니까”라며 “불매운동을 통해 (한국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불매운동도 냄비근성의 운동에 그치고 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불매운동이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항해서 나온 만큼 물러날 때까지 이어가되,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내수시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본 특유의 정치 무관심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인들의 무관심이 아베 정권의 독재를 묵인하고 있으니 불매운동으로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혀 일본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증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개개인이 피해를 입는 순간 ‘뭐가 문제지?’하는 생각에 불매운동의 원인을 찾아보게 되고, 자연스레 아베 정권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생겨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불매운동이 궁극적으로 한국 제품 사랑하기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매운동으로 시작해 국산품을 애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중소기업과 내수시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은 시선이 일본으로 향하지만 우리 내부로 시선을 옮겨 내부 개선으로, 특히 중소기업을 사랑하는 운동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불매운동도 아베 정권이 물러나면 끝날 것이고 다른 정권이 한국에 보복 행동을 가하면 다시 불매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의 시국을 단절된 한일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최근 일본 신주쿠 한복판에서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한국 시민단체들이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한일관계를 만들어야 일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낼 것이다. 한일간 시민연대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소녀상 옆에 놓인 일본 불매운동 피켓 [연합뉴스]

불매운동 회의론/ 이은희 교수
이은희 교수는 “불매운동의 경제적 효과는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한달간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불매운동을 했음에도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불매운동이 엄청나게 가열찼는데 일본이 이게 무서웠다면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를 했겠나”라며 “불매운동은 일본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 표명은 되지만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상징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발단이 된 외교적 문제이기 때문에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제보복 조치가) 역사적 갈등을 바탕으로 한 조치이기 때문에 불매운동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외교문제로 다툴 때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해서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불매운동이) 어떤 화풀이나 이런 건 될 수 있어도 이성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불매운동 과정에서 드러난 한 가지 사실은 일본 제품의 정의에 대해서조차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촘촘히 짜여있다. 일본 상품만 딱 찍어 불매를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일본 문화와 우리나라는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일본 것만 딱 찍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국내 사업자한테 피해가 가는지 고려하고 억울한 피해자, 안타까운 피해자가 없게 불매운동을 하라는데 그렇게 불매운동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현재의 불매운동이 현실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확산시키니까 (불매운동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보다 다소 과장된 것 같다”며 “인터넷에서는 불난 것처럼 불매운동이 이뤄지는데 오프라인은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이 교수는 경쟁을 통한 국산품 강화를 이뤄내 극일(克日)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이 제일 좋은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해야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좋아진다. 국산품을 애용시키면 뭘 하나. 잘 만들면 알아서 쓰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국산품 애용을 부르짖을 필요 없이 경쟁을 통해 국산품의 질을 올리면 자연스레 국산품을 애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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