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독자들’ 부상하나… 서점가에 보수우파 도서 바람

“유튜브 등으로 결집해 독자군 형성” VS “일시적 현상”


출판시장에 ‘우파 독자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일까. ‘반일 종족주의’를 필두로 보수우파 성향의 책들이 주요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출판시장은 진보 성향의 독자들이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우파 도서 베스트셀러 현상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유튜브와 단톡방으로 결집한 보수우파들이 출판시장을 흔드는 독자군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12일 교보문고 집계를 보면,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가 종합 8위에 올라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했던 책이다.

카테고리를 ‘정치·사회’ 분야로 좁히면 주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6권이 보수우파 성향의 책이다. ‘반일 종족주의’가 1등이고, ‘노예의 길’이 2등이다. ‘노예의 길’은 신자유주의 이론의 원조라고 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책으로 보수주의의 고전으로 꼽힌다. 자유기업원이 출간했다.

또 보수의 여전사로 거듭난 이언주 의원(무소속)의 ‘나는 왜 싸우는가’가 4위, 보수 유튜버로 변신한 김세의 전 MBC 기자의 ‘좌파가 장악한 대한민국’이 6위,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이 7위, 공병호 공병호경제연구소장의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가 10위에 올라 있다.

10위권 안에 우파 성향이 아닌 책은 ‘일본회의의 정체’(3위), ‘검사내전’(5위), ‘선량한 차별주의자’(8위), ‘386 세대유감’(9위) 등 4권이다. ‘386 세대유감’은 기자들이 쓴 책으로 우파 성향 도서로 분류할 순 없지만 현 정부와 진보좌파의 주류세력인 386세대를 비판한 책이다.

우파 도서 베스트셀러 현상은 다른 서점에서도 확인된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주간 집계에서는 ‘반일 종족주의’가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사회·정치’ 분야에서는 ‘노예의 길’이 5위, 미국 보수주의를 되살리는 불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책 ‘보수주의자의 양심’이 10위에 올라있다. 이밖에도 ‘좌파가 장악한 대한민국’(11위), ‘치명적 자만’(15위),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18위), ‘나는 왜 싸우는가’(19위) 등이 20위권에 포진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반일 종족주의’가 주간 베스트셀러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좌파가 장악한 대한민국’(20위)을 비롯해 ‘노예의 길’(23위), ‘386 세대유감’(29위), ‘보수주의자의 양심’(30위) 등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우파 성향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는 일은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맞다”면서 “지난해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 우파 쪽 책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일 종족주의’의 경우, 구매 연령층이 상당히 높다”면서 “유튜브의 영향력으로 우파들의 결집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보수우파 도서들을 주로 출간해온 기파랑 출판사 대표를 지낸 조양옥씨는 “우파쪽 출판 활동이 활발해진 게 사실”이라며 “책이 팔리니까, 찾는 독자가 있으니까 자꾸 출판하는 것 아니겠냐. 요즘 우파 도서들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보수우파 활동이 전반적으로 활발해지면서 관련된 도서들이 덩달아 많이 나가는 듯 하다”면서 “특히 보수우파 성향의 유튜브에서 책 광고를 많이 하고 이것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예스24 관계자는 보수우파 도서가 팔리는 현상에 대해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항상 있는 현상”이라며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보수학자들이 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란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 반대 쪽 사람들이 항상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들의 얘기를 잘 안 다뤄주니까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면서 “보수 유튜브들이 인기를 끄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보수 유튜버들이 최근 출판사를 차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희, 변희재, 정규재씨 등이 출판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우파 도서의 인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마고원 출판사 장의덕 대표는 “사회과학 도서 분야는 워낙 판매량이 작아서 조금만 구매해도 순위에 진입한다. 실제로 하루에 몇십 부만 사줘도 순위가 금방 올라간다”면서 “‘반일 종족주의’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판매량을 보이는 보수우파 도서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얼마나 오래 순위권에 머무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우파출판이 활성화됐다고 한다면, 우파 출판사들이 여럿 생기고 기획물도 다수 나와야 되는데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진 않는다”면서 “다만 우파 성향 시민들이 정권과 싸우면서 이론과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겼을 수 있고 그 때문에 우파 도서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출판평론가 장은수씨도 “우파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1년에 한 번, 또는 몇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현상”이라며 “우파 독자들이 형성됐다고 얘기하려면 이들이 반복적으로 우파 도서들을 구매해야 하는데 그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우파 도서들이 팔리는 현상에 대해서 “특정한 집단이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책을 집중 구매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소셜시대가 되면서 좌든 우든 ‘종족적’ 구매가 늘어난다.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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