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눈을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홍콩 시위 여성. 로이터연합

시위대의 점거 시위로 초유의 폐쇄 사태를 맞았던 홍콩 국제공항이 13일 오전 운영을 재개했지만 , 300여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홍콩 시위가 과격해지고 국제공항 폐쇄 사태까지 벌어지자 중국 정부가 무력 개입을 할 수 있는 빌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현재 집계 결과, 자정부터 오후 11시 55분까지 홍콩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항공편 160편, 도착편 150편이 취소됐다.

홍콩국제공항이 이날 오전 6시쯤 탑승 수속을 재개하자 출발장 체크인 카운터에는 전날 항공편 결항으로 떠나지 못한 승객들이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 여행객들은 항공편이 취소되자 공항에서 밤을 새웠으며, 곳곳에서 공항 의자 등에 의지해 잠을 자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만 출신 여행객 창야위안 씨는 “출장길에 어머니와 함께 홍콩에 들렀다가 상하이로 가는 길이었다”며 “비행기는 어제 오후 4시 출발 예정이었는데 두 차례 일정이 변경되더니 결국 취소돼 공항에서 14시간째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에 공항에서 밤새 기다리는데 공항 직원이 보이지 않았고 출발 구역으로 들여보내주지도 않았다”며 “나는 체크인 카운터 뒤쪽 의자에서 잠을 잤고, 다른 승객들은 카펫이 깔린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콩 국제공항 점령한 시위대.

홍콩 항공 당국은 전날 홍콩국제공항이 시위대에 점거되자 오후 5시쯤 “출발 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체크인 수속을 마친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한 도착 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공항 점거 시위로 인해 홍콩국제공항 운영이 중단되기는 95년 홍공공항 역사상 처음이다.

시위대는 지난 11일 시위도중 한 여성이 경찰이 쏜 고무탄 탄환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하자 공항으로 대거 몰려가 점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13일 오후 다시 공항에 모이자고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

홍콩 시위가 공항 폐쇄 사태로 번지자 중국 본토에서는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쌓기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중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이번 주말 끝나면 중국 정부의 입장도 분명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인민해방군 또는 본토 무장경찰을 홍콩 시위에 투입해 무력진압을 할지, 아니면 계속 현재의 대치 상태를 관망하며 현지 경찰에 맡겨둘지 윤곽이 잡힐 것이란 얘기다.

홍콩 시위가 최근 ‘치고빠지기’식의 게릴라 시위로 바뀌고 방식도 격렬해지자 중국 정부의 태도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양광 대변인은 12일 “급진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것은 엄중한 범죄이자 테러의 시작”이라며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폭력을 사용하거나 용인하는 모든 일이 홍콩을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건너편 중국 선전 일대에 지난 10일 무장 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홍콩에 대한 무력진압이 임박한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또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청단은 웨이보 글에서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밝혀 무력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CCTV는 홍콩 공항에서 불편을 겪는 승객을 취재해 보도하면서 “홍콩 당국은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고, 불법 무기를 이용해 시위하는 것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이런 행위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적극 부각시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이날 4면 대부분을 홍콩 시위 관련 기사로 채우면서 “홍콩 경찰은 엄정하게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제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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