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격화되는 홍콩 시위에 중국이 무력동원 카드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경고와 자제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수천 명의 홍콩 시위대가 12일 홍콩국제공항 터미널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 시위 참가자가 진압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실명한 데 분노한 홍콩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면서 수백 편이 넘는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AP뉴시스


미국 의회는 중국 압박에 나섰고, 행정부는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대(對) 중국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 진압할 경우 “홍콩과 중국의 일”이라며 ‘불개입’ 노선을 유지하는 미국의 스탠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자치권과 자유를 침해하려고 하자 홍콩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에 용감하게 맞서고 있다”고 홍콩 시위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어떠한 강경 진압도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달 상원 연설에서도 시위대를 지지하면서 홍콩 경찰을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와 달리 조심스런 스탠스를 취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사안은 홍콩과 중국 사이의 문제”라고 말을 반복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홍콩 시위에 대해 거리두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원한다”면서 “사회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존중되고, 그 견해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표현될 수 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어 “미국은 모든 세력들에게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과 홍콩 사이의 일”이라며 “그들은 스스로 그 문제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홍콩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국과 홍콩이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영국 관리들과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의 한 부분으로 홍콩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관영 매체가 미국 외교관을 ‘검은 손’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협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1997년 홍콩을 이양 받은 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뜻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토론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 상황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홍콩에서 정당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을 신중하게 다룰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가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외국 정상으로선 이례적으로 홍콩 문제에 언급한 것은 캐나다 내부 사정과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홍콩 출신자들이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캐나다 국민 30만명 가량도 홍콩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총리실의 대변인도 “영국은 최근 홍콩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 사태에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중국과 홍콩 시위대 모두가 평정심을 찾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미국·캐나다·영국 등 서방 국가들의 압박과 자제 호소가 중국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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