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 모금으로 만들어진 ‘강제징용노동자상’ 13일 제막

시민 2400여명 참여…목표액 8000만 원 훌쩍 넘어

13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 김종천 대전시의회의장, 허태정 대전시장. 연합뉴스

대전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만들어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전국에서 7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나비대전행동과 민주노총대전본부, 한국노총대전본부는 13일 오전 10시 대전시청 북문 맞은편 보라매공원에서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민예총 송인도 서예위원장의 붓글씨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날 제막식은 민중의례와 헌시, 특별결의문 발표 등이 이어졌다. 특히 강제징용피해자인 김한수(101) 옹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김 옹은 “감사하고 마음이 벅차 눈물을 참기 어렵다. 여러분이 협조해서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모든 일에 대해 같이 뭉쳐 외세의 침략 없는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보복을 감행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나는 항상 일본을 주시하고 있다. 모든 행동을 항상 보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그러지 말고 정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정한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의 숨은 공신은 2400여 명의 시민과 400여개의 단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합심한 덕분에 당초 목표했던 성금 80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 모일 수 있었다.

노동자상은 대전시청 북문 맞은편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과 마주보고 있다.

김용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상임대표는 “오늘 우리는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제의 강압적 한민족 탄압에 대한 위대한 저항정신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거룩한 분노로 평화통일 시대의 밝고 시원한 대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동학혁명 때와 같이 해양과 대륙세력이 맞붙어 한반도가 외로운 전장이 됐다”며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해 단결투쟁의 약속을 할 때”라고 덧붙였다.

13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할아버지가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참가자들은 이날 특별결의문을 통해 ‘강제징용노동자상은 새로운 독립운동의 시작’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결의문을 낭독한 박규용 대전충남겨레하나 상임대표·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은 일제의 만행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결심”이라며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바로 세워서 다시는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다짐”이라고 했다.

이어 “일제가 120년 전 무력으로 침략했다면, 이번에는 경제 침략을 강행하고 있다”며 “소규모 수출규제로 시작된 침략은 이제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방식으로 전면적 경제침략으로 변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식민지배 사죄는커녕 경제보복으로 맞서는 아베정부와의 한일군사동맹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100년 전 민중들이 투쟁했듯, 그 정신을 계승해 오늘의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번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이 무엇보다 의미있는 점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정성과 참여로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맞은 편에서는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을 반대하는 집회도 열렸다.

이들 단체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일본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자신을 태극연합 관계자라고 밝힌 한 집회 참가자는 “저것(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팩트도 없이 세웠다”며 “대일정책은 완전히 망했다. 일본과 한번 해보자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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