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폭염기 건설 현장 실태를 폭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한여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폭염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은 시원한 물과 그늘, 휴식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채 따가운 햇볕과 습한 공기 속에서 쉼 없이 일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현장의 폭염 대비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9일부터 나흘간 건설노조 조합원 3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쉴 만한 공간은 넉넉히 마련되지 않았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휴식 공간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나마도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이 아니라 ‘아무 데서나 쉰다’는 경우가 73.5%였다.

무더위를 식혀줄 생수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시원한 물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가 14.8%였다. 10명 중 4명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대나 제빙기에 가려면 일하는 곳에서 10분은 가야 한다고 했다. 폭염 기간 자신이나 동료가 실신 등 이상 징후를 보인 적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도 56%나 됐다.

건설노조는 폭염기에 건설 노동자를 보호하는 ‘옥외 작업자 건강보험 가이드’가 지난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태양 아래 그늘막 없는 곳에서 한뎃잠을 자고, 아침마다 노동자들 간 얼음 쟁탈전을 벌인다. 옆에서 망치질하는 동료가 쓰러지고,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사회적 재난인 폭염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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