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일본 수출규제 우려 등이 한국 경제를 흔든 지난달에 국내 자금은 은행을 떠나 자산운용사로 피란했다. 시중금리와 주가지수는 큰 폭의 동반하락세를 이어갔다. 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으로 옮겨 갔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올해 7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수신(고객이 맡겨둔 돈) 잔액은 1684조원으로 전월보다 9조원 줄며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달 은행에 맡겨진 돈보다 빠져 나간 돈이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각각 7조7000억원, 22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은행 수신 감소는 수시입출식예금이 대거 증발한 영향이 크다. 6월 23조3000억원 늘었던 이 예금은 지난달 21조8000억원 감소하며 616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통상 매년 7월은 대형 예금주인 기업들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느라 금융기관에 보관해둔 돈을 빼가는 시기다. 2017년과 지난해 7월에도 수시입출식예금은 각각 20.0조원, 24.1조원 감소했다.

지난달 정기예금은 지방정부 자금 유입 등으로 전월 증가액(2조8000억원)보다 많은 10조7000억원이 늘었다. 각각 3조5000억원, 6조9000억원 늘었던 2017년과 지난해 7월보다도 증가 규모가 크다.

자산운용사 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631조9000억원으로 한 달간 16조4000억원 늘며 전월(10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액이 컸다. 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으로 몰렸다. 지난 6월 6000억원 늘었던 주식형펀드가 지난달 2조2000억원 줄며 순유출로 전환한 데 반해 채권형펀드는 전달과 같은 3조1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파생상품·부동산·재간접·특별자산·혼합자산펀드 등 기타 펀드도 전달(10조5000억원 증가)에 이어 6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던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지난달 9조3000억원이 늘며 증가로 전환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6월 말 재무비율 관리 차원에서 인출됐던 은행 자금 등이 다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854조7000억원으로 한 달간 5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5월(5조원)과 6월(5조4000억원)에 이어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6000억원으로 6월(4조원)보다 축소됐다. 한은은 “전세자금수요 지속, 서울 주택매매거래 증가 등에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 입주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2월 1만 가구에서 6월 6만 가구로 꾸준히 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물량은 6월 1만2000가구에서 지난달 2만4000가구로 늘었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5월 1만1000가구에서 6월 2만6000가구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달 1만8000가구로 줄었다.

일반신용대출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등 기타 대출은 증가 규모가 6월 1조5000억원에서 지난달 2조2000억원으로 커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월 말 1.47%에서 지난달 말 1.29%로 하락했고 전날인 12일에는 1.18%까지 내렸다.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확산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위험회피심리까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6월 말 2130.62에서 지난달 말 2024.55를 찍은 뒤 이달 들어 1900대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6.46 내린 1925.83로 장을 마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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