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콜롬비아 국경에 모여있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극심한 경제난과 사회 혼란을 견디다 못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국 탈출 행렬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 나시오날은 12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콘술토레스21의 설문조사 결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40%가 고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56%는 올해가 가기 전에 떠나겠다고 답했다. 희망 목적지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칠레를 꼽았고(20%), 콜롬비아와 페루가 각각 16.9%, 10.7%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베네수엘라 가정의 49%는 가족 중 한 명 이상의 이민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에 비해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엘 나시오날은 “베네수엘라인의 72%가 타국으로 떠나있는 친척들에게서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다”며 “한달 평균 40달러(약 4만9000원) 정도를 지원받는다”고 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가정의 86%에게는 가족 생활비 절반 가량을 충당할 수 있는 돈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경제는 처참한 수준이다. 국제 유가 하락과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러시아·중국의 지원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부와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두 국회의장의 대립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더해지며 국가 경제가 파탄나고 있다. 마두로 독재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2013년 이후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는 60% 넘게 줄어들었다. 마두로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까지 내다 팔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고국을 등지고 있다. 엘 나시오날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 3180만명 중 15~19%가 고국을 떠났다. 최대 600만명에 이르는 수치다. 유엔의 추정치도 그보다는 적지만 이에 못지않다. 유엔은 올해 5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고국을 탈출해 전체 숫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중 140만명 가량은 이웃나라인 콜롬비아에 자리를 잡았다. 콘술토레스21의 이번 조사에서 이미 타국으로 떠난 베네수엘라인의 45%는 고국의 상황이 나아지면 귀국하겠다고 답했고, 35%는 다시는 귀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