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확대안 발표했지만 실제 시행 시기 ‘불확실’
국토부·청와대 “확대 적용 필요” vs 당·기재부 “현 시점 확대 신중해야”
오는 10월 시행령 개정 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서 적용지역 선정
총선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정책 시행 못하면 다시 ‘유명무실’ 전락
지난 11일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방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칼집에서 뽑지 않은 칼’로 뒀다. 제도 자체는 강화했지만 실제 시행 시점이나 적용 지역은 ‘불확실성’으로 남겨놨다. 시장을 향해 언제든지 상한제 카드를 뽑아들 수 있으니 ‘로또 분양’ 등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거둬들이라는 신호탄을 쏜 셈이다. 경고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핀셋 시행’으로 정밀 타격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분양가상한제를 두고 불거진 정치권 및 정부부처 간 이견이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불협화음’이 이어지면 상한제가 다시 ‘유명무실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강화 등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0월쯤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모든 민간택지에 상한제를 적용하는 건 아니다.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용 지역·시기 등을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로선 분양가상한제는 ‘칼집에 든 칼’이다. 국토부는 시행령 시행 이후 주거정책심의위를 열어 적용지역을 선정할 지를 확정하지 않았다. “시장 상황을 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불확실성을 던져 집값 안정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언제든지 칼을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주거정책심의위는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위원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과반수 이상 출석 시 열리고, 안건은 출석한 위원의 과반수 찬성 시 가결된다. 국토부 위원과 산하기관 소속 위원 등 ‘친 국토부 위원’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사실상 국토부가 주거정책심의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면에는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최근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특단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다.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은 반감을 키울 수 있어 기존 분양가상한제를 정비하는 쪽으로 물길을 잡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12일 분양가상한제 개정안을 발표하기 전 열린 당정협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을 경우 되레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작용 대비책은 있는지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윤관석 의원은 “어떤 지역에 적용할지는 추후 당정협의를 열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더 완강하다.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적용 지역을 결정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건설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분양가상한제는 효과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단점도 갖고 있는 게 명확하다. 부동산시장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무한정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는 10월 시행령 개정 후 적용 지역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해도 총선을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라 정부와 여당이 표심을 자극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 이후에야 분양가상한제를 본격 시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당에서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격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얘기한다. 주택가격 안정, 부동산 가격 안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데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이가현 기자 fee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