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오래된 선생님도 대입제도 제대로 알기 어려워요. 고1, 2, 3이 모두 다르니 선생님끼리도 업무 소통이 어렵습니다.” (경기도 일반고 고1 담임교사)

“전 세계에서 입시 제도를 해마다 바꾸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일본만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대학 진학까지 입시제도는 안 바뀌어요.” (하윤수 교총 회장)

“첫 아이 때 입시제도가 복잡해 놀랐습니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요.” (세종시의 고1, 고3 학부모)

교육부가 현재 고1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구체안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공통과목에서 75%, 선택과목에서 25%를 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2년여만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 밑그림이 완성됐다. 대학별로 수능 점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확정하는 일이 남았다.


이로써 고1~3학년은 모두 서로 다른 대입수능을 치르게 됐다. 우선 수능 출제 범위가 제각각이다. 고1은 독서와 문학을 공통과목으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다. 고2는 독서, 문학, 언어, ‘화법과 작문’이 공통 시험범위다. 고3은 ‘독서와 문법’ ‘화법과 작문’ 문학이다. 수학의 경우 고2는 기하와 벡터가 빠졌는데 고1은 벡터를 뺀 기하를 시험 범위로 설정했다. 고1의 경우 무려 816개 선택 과목 조합이 나와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1은 ‘정시 30%룰’(수능 위주인 정시모집 30% 이상 선발)이 처음 적용된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이 과거보다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 고3까지는 ‘정시 축소 수시 확대’ 정책 기조에서 정시와 수시 비중이 확정됐다. 그러다 정부가 정시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고 현재 고1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누더기 대입제도는 무책임한 정치인들과 소신 없는 교육 당국이 합작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 교육부는 대선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공약에 맞춰 졸속으로 대입을 뜯어 고치다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대입제도 확정을 1년 미뤘다. 당초 현재 고2에게 적용될 대입제도가 고1로 내려갔다. 고2는 배우는 내용(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그래서 고2만을 위한 수능 제도를 별도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고 ‘낀 학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과목 이기주의’도 영향을 줬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토론형 수업과 학생 진로 맞춤형 수업을 지향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배우는 내용의 절대적인 양을 줄여줄 필요가 있었다. 학습량이 줄어드는 과목 교사나 교수 등이 반발했고 학습량을 줄여주려는 입장과 충돌했다. 수능 과목이 공통과 선택으로 구분되고 난수표가 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란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복잡한 대입제도가 매년 바뀌면 불확실성은 증가한다. 학부모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교육을 믿기 어려워 사교육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수를 해도 바뀐 대입 제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달려가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 고3은 학령인구가 6만명가량 줄어든 입시를 치른다. 이런 감소폭은 거의 20년만이다. 고2는 추가로 5만명 감소한다”며 “이런 변수에 정시 확대나 수능제도 변동 같은 정책변수까지 가중됐다. 솔직히 입시전문가들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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