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판매업체 부르르닷컴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모습. 부르르닷컴 제공

대법원이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내린 이후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6월 판결 뒤 리얼돌 판매량 및 구입 문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단체들은 “리얼돌의 존재 자체가 여성 인격권 침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리얼돌 수입판매업체 부르르닷컴의 대표 이상진(31)씨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리얼돌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리얼돌 판매 반대 국민청원도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판결 전 리얼돌은 음지에서 유통됐었지만, 이젠 남성들 사이에서 리얼돌을 더 당당하게 구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리얼돌 수입 허용 소송을 제기했던 당사자다.

리얼돌 중고판매업체 대표 김모(40)씨도 “판결 이후 리얼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듣고 바로 370만원짜리 리얼돌을 샀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리얼돌을 구매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여러 리얼돌 중에서 원하는 제품을 골라 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씨가 운영하는 부르르닷컴에서 판매하는 리얼돌은 총 10여개다. 가격대는 최소 130만원부터 최대 12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이후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리얼돌을 사는 이들은 누구일까. 판매업자들은 최근 리얼돌 구매자들은 대부분 중년 남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씨는 “대법원 판결 전에는 피규어 수집하는 취미 등이 있는 20대 남성들이 주로 구매했다면, 요즘은 50대 이상 남성들의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는 최근 남성 리얼돌을 사려는 여성 고객의 문의도 받은 적 있다고 했다. 김씨는 “구매자의 70%가 40~50대의 중년 남성이고, 30%는 호기심에 구입하는 30대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리얼돌의 구매 목적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씨는 “고객 중 혼자 사는 분들이 많다”며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남성들은 여성 리얼돌을 통해 외로움과 성욕을 해소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씨도 “남성들이 반려 목적으로 리얼돌을 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인이나 연예인 얼굴을 본뜬 리얼돌이 제작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본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씨는 “특정 얼굴을 본 따 리얼돌을 만들려면 눈코입 크기를 실측해야 하고, 얼굴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며 “사진이나 영상만 보고 특정인과 똑 닮은 리얼돌을 제작하는 건 불가하다”고 했다. 김씨도 “일부 업체들이 아직 규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을 틈타 특정인과 똑같은 얼굴의 리얼돌을 만들 수 있다고 허위광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그러나 리얼돌 구매가 성적 대상화를 부추기고 여성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이지원 활동가는 “리얼돌은 여성이 남성의 성욕을 만족시키는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여성혐오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려면 여성의 대체제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리얼돌이 일부 남성들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외로움을 달래려면 인형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말 그대로 논리적 비약”이라고 일갈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도 “리얼돌 구매 후기 중 ‘탈(脫)’ 김치녀(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하고 리얼돌 사자’는 내용이 있다”며 “남성에게 있어 여성은 그저 성욕을 풀기 위한 대상이기 때문에 인형으로 대체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얼돌 존재 자체가 여성들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위협적으로 작용한다”며 “(리얼돌 소비가 확산되면) 여성혐오 문화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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