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유상봉(73)씨가 허대영 전 부산환경공단 이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유씨 스스로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했지만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유씨가 허 전 이사장에게 90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 취지로 상고를 기각한다고 14일 밝혔다. 유씨가 받고 있던 2건의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2개월을 확정했다. 유씨는 이로써 지난 6월 출소한 지 2개월만에 다시 수감된다.

유씨는 ‘함바 브로커’로 알려진 인물이다.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투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관련 공무원에게 로비 목적으로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과 석방을 반복했다. 그는 사기, 뇌물공여 등 혐의로 2012년과 2017년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5년형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2~5월 허 전 이사장에게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하면서 백화점 상품권 300만원, 100만원 상당의 고급 볼펜 2자루 등 9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불구속 기소된 건이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뇌물을 줬다는 유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였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각 재판부는 상대방이 뇌물수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객관적 근거 없이는 유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1·2심 재판부는 “1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뇌물을 준 건 당시 부산시청 도시개발본부장이었던 허 전 이사장 지위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유씨는 허 전 이사장과 2005년 몇 차례 마주친 정도 이외의 친분관계는 없었다”며 “친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거액의 뇌물을 줘도 거절하지 않고 청탁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게 된 경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진술이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씨의 뇌물공여 자백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씨는 당시 부산시청 도시개발본부·주차장 방문기록, 현금인출 내역 등을 근거로 뇌물공여 사실을 스스로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부산시청에 주차했다고 허 전 이사장을 방문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인출한 현금 중 상당 부분은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뇌물공여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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