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대형 쇼핑몰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고 떼쓰는 아이를 종종 볼 수 있다. 유아기에 갖고 싶은 장난감을 보고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는 않다. 부모 역시 아이의 요구를 뿌리치기도 쉽지 않다. 직장 때문에 함께 놀아주지 못해서, 혹은 동생의 출산 후 관심을 덜 주어서, 심하게 혼내서 등등 미안한 마음에 “이번 한 번 뿐이야” 하면서 아이에게 장난감을 안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물질적인 것으로 채운다. 정서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아이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지나치게 물질적인 요구가 많다는 것이다. 원하는 물건을 가짐으로써 위안을 받거나 만족감을 느끼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물질적인 만족감이 정서적 결핍감을 보상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의 요구는 점점 더 늘어나 부모와 아이는 갈등상황에 놓이게 된다.

Y는 초등 4학년 여아다. 엄마 아빠는 Y가 수시로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기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Y는 친가 외가의 사랑을 뜸뿍 받았다. 어릴 때도 장난감을 사달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타이르면 곧 잘 넘기곤 했다. 이모가 Y를 예뻐해서 원하는 것들을 많이 사주었다. 6세 때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엄마는 힘들어졌다. 게다가 동생이 몸이 아파 Y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이 친구가 되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갖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다른 집과 비교하면서 엄마 아빠를 더 자극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계속 사달라고 요구했다. 부모는 안쓰러운 마음에 가능하면 사달라는 것을 사주었지만 만족을 못하고 점점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심하게 짜증을 내고 동생들에게도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이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우선 물건을 갖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엄마 아
빠는 무조건 안된다는 말부터 해서 화가 난다고도 했다. 동생을 돌보는 것도 화를 내면서
하라고 하고, 이것 저것 시키는게 많다고 했다. 자신은 뭐든 혼자서 했는데 말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으려고 하면 보지도 않는다는 등 불만
이 많았다. 6세에 끊겨버린 관심과 애정이 Y를 많이 힘들게 했다.

우선 부모의 태도를 바꾸어야 했다. 육아에 힘들고 지치지만 Y에게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
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 정말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아이도 자
신의 요구를 부모가 다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관심을 가지면서 마음을 알아준다면 아이도 기다릴 줄 알게 되고,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Y도 또래에 비해 부족한 욕구 조절력을 키워야 한다. 무조건 사달라고 요구를 할 것이 아니
라 용돈이나, 집안일 돕기 등을 통해 자신이 해결 할 수 있는 것 등을 알아 보고 부모와 타
협을 해야 한다. 물론 수년간 익숙해졌던 행동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조금씩 참고 견디
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부모 자녀 관계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상호작용을 통해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임을 잊지 말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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