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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한 북한이탈주민 모자(母子)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연고자는 사망한 아이의 부친이자, 숨진 여성의 이혼한 전 남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던 북한이탈주민 출신 40대 어머니와 다섯 살 배기 아들이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수 개월 만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모자의 집 냉장고 안에는 고춧가루만 남아있었다. 물도 없었다. 수도세 등 공과금은 전혀 납부되지 않아 단수된 상태였다. 아파트 관리인은 단수가 됐는데도 인기척이 없자 집을 방문했다 시신을 발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사한 탈북모자의 연고자를 못찾아 장례를 치를수 없다는 관할 경찰청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며 “유일한 연고자인 중국인 전남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 따르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는 가족 내지 친척”이라며 “연고자가 없으면 관할 구청 등 지자체가 대신 장례를 치른다. 고인과 가까웠던 친구나 이웃 등 지인은 장례를 맡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현재 고인을 알던 하나원 동기가 장례를 맡겠다고 하는데도 법적 제한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변했다. 멀어진 가족이나 친척보다 친구나 이웃이 더 가까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혈연 중심의 연고자 장례법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친구나 이웃 등 같은 핏줄이 아니더라도 연고자 범위에 포함시켜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장례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탈북자들은 모자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0년 전 숨진 여성과 함께 탈북한 하나원 동기들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하 위원의 설명이다.

숨진 여성은 지난 2009년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 교포를 만나 결혼한 뒤 올해 1월 이혼해 아들과 함께 지냈다. 이혼 후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혼하고 숨지기 전까지 국가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양육 수당 한 달에 10만원이 전부였다. 모자는 이웃과 별다른 교류 없이 조용히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도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직접 신청하거나 이웃이 신고해 심사를 받게 되는데 교류가 없어 사례 발굴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 위원은 지난 13일 탈북 모자 아사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통함을 전했다. 그는 “탈북 모자가 굶어죽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냉장고에 고추가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보도를 보고 대한민국이 이것 밖에 안되나 분노와 한탄이 밀려왔다”며 “탈북자의 아사는 이방인의 죽음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굶어죽은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탈북자와 북한인권을 대한민국의 민폐로 취급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초래한 비극”이라며 “탈북 모자의 충격적인 아사에 대해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국민이 굶어죽은 것에 대해 대통령은 진심어린 조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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