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의 중개인이 14일(현지시간) 증시 폭락장이 펼쳐지자 모니터 앞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R(Recession·불황)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몰아쳤다.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히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4년 만에 벌어지면서 미국 뉴욕증시는 올해 들어 최대 폭으로 추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휘청거렸다. 미국이 대(對)중국 추가 관세를 연기한 ‘약발’이 하루 만에 사라진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4일(현지시간) 장중 1.623%까지 떨어지며 2년물 국채 금리(1.634%)보다 낮은 ‘역전현상’을 보였다. 장기 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년물 금리에 이어 2년물 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05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사상 처음으로 2% 아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채권시장이 요란한 경종(경기 침체)을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이채미 기자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대표적 ‘경기 후퇴의 전조(前兆)’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서다. 그런데 앞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는 시장 전망이 확산되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일이 벌어진다. 향후 경제 불황으로 자금 수요가 줄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예측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투자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전날 다우존스30지수(-3.05%), S&P500지수(-2.93%), 나스닥지수(-3.02%)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여기에 반응해 휘청거렸다. 15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1% 떨어진 2만405.65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하락세를 보이다 0.25% 오른 2815.80에 거래를 마치며 한숨을 돌렸다. 한국 증시는 광복절을 맞아 휴장했지만, 16일 이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는 언제쯤 찾아올까.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 역전현상은 1978년 이후 5차례 발생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뒤에 예외 없이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가장 최근 발생했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월)보다 2년가량 이른 2005년 12월에 나타났다. 그 전에는 1998년 5월에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벌어졌는데, 실제 경기 침체가 찾아온 건 2001년 4월이었다. 블룸버그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현상은 18개월 뒤 미국 경제에 불황이 온다는 조짐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이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증시 활성화를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위적 부양책에 더욱 시동을 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아주 멍청하다”고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금리 역전’의 책임을 연준에 돌리면서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 것이다. 여기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비공식 회담을 제안하며 미·중 무역협상의 휴전 분위기를 내비쳤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완화된다면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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