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엘러간사의 유방 보형물로 인한 희귀암 사례가 나왔다. 해당 환자는 최근 미국에서 희귀암 유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정된 엘러간사의 유방 보형물을 7~8년 전에 이식했다. 이 유방 보형물이 가슴에 있는 국내 여성 환자는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성형외과학회는 국내에서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환자가 보고됐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환자는 40대 여성으로 7~8년 전 유방 보형물 확대술을 받았다. 최근 한쪽 가슴이 심하게 부어 성형외과 의원을 찾았다가 BIA-ALCL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고 지난 13일 모 대학병원에서 최종 진단을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15일 전문가 등 관계자 회의를 열어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게서 BIA-ALCL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의 한 종류다. 조직액이 유방 내 특정 장소에 고여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장액종 등이 생기면서 유방 크기가 변하고 피막에 발생한 덩어리가 생기거나 유방 피부에 발진이 생기는 증상을 수반한다. 의학계는 유방암과는 별개의 질환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지난달 24일 엘러간사가 만든 거친 표면(내트렐 텍스쳐드)의 인공유방이 다른 제조사 제품보다 BIA-ALCL 유발 가능성이 약 6배 높다며 제품 회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국내에서 해당 제품을 회수하는 중이다. 식약처는 성형외과 병원과 의사들에게는 해당 보형물 이식을 중단하고 남아있는 물량은 수입업체에 반품해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엘러간 사의 인공유방이 국내에서 최근 3년간 2만9000개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통 중 파손 등 변수를 고려하면 2만여명에게 이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허가 이후 이 제품은 약 11만개가 수입됐다.

대한성형외과학회는 희귀암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당장 보형물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학회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도 BIA-ALCL 발생 위험은 낮다”면서 “제거수술 관련 마취,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 위험성을 고려할 때 증상이 없는 환자가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형외과학회는 다만 “갑작스러운 유방 모양의 변화나 덩어리, 피부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권고했다.

식약처는 “수입·제조업체와 함께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치료비 보상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유방 보형물 부작용 조사 등 연구를 통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와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유방 보형물과 관련된 환자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신속한 보고 및 진료(상담)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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