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로그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

글=신지연(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최근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이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사건 중 하나가 홍콩 시위 문제일 것이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발생했던 대규모 시위인 이른바 ‘우산 혁명’에 이은 ‘제2의 우산혁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홍콩과 중국본토와의 갈등은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입법 문제로부터 붉어졌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은 일국양제의 철저한 보장을 요구하는 홍콩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하는 중국과의 이념 충돌로도 볼 수 있다.

하나의 중국(一个中国) 원칙은 대만, 홍콩, 마카오는 중국 본토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따라서 합법적인 정부도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뿐이라는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해외 명품브랜드들이 이러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표현을 자사 제품에 명기하여 중국에서 보이콧 운동에 휘말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르사체, 코치, 지방시 등 유명 명품브랜드들이 티셔츠에 도시와 국가를 묶은 문구를 새기면서 홍콩을 ‘홍콩(Hongkong)’, 타이페이를 ‘타이완(Taiwan)’과 함께 표기하여 개별 국가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제의 브랜드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과 함께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해당 브랜드들은 즉각 사과 성명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사태를 수습하는 중이다. 하지만 문제의 브랜드와 전속계약을 맺은 중국 연예인들이 일제히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불매 운동이 더욱 확산되면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홍콩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외국 기업들의 국가·지역 표기 실태를 샅샅이 들춰내며 대만이나 홍콩을 별도의 국가로 표시한 기업들을 집중 공격하고,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화웨이(HUAWEI) 핸드폰의 국가 설정 표기가 논란이 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화웨이 핸드폰의 언어설정에서 중국어 간체를 설정할 경우, ‘타이페이(중국)'으로 도시와 지역이 표시되지만 번체설정에서는 '타이페이(대만)'으로 표시되는 일종의 ‘이중표기(双标)’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민감한 시기에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중국 일부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한 네티즌은 국제표준까지 언급하며 화웨이 핸드폰의 지역표기 문제가 어쩔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국제통화에서 각국을 식별하기 위해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책정한 식별번호가 있는데, 이에 따라 표기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82, 중국 +86 등 국제표준으로서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국가코드에서 ISO 3166-1 기준에 따르면 '홍콩(홍콩)', '타이베이(대만)', IOS 3166-2 기준에 따르면 '홍콩(중국)', '타이베이(중국)'으로 표기된다는 것이다.
출처: www.zhihu.com 에서 한 중국 네티즌이 올린 화웨이 핸드폰 이중표기 비교사진. 간체와 번체 설정에서 타이베이에 대한 국가명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네티즌은 안드로이드 시스템 채택으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문제로 구글이 문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네티즌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이해해야 한다며, 중국 본토와 대만 소비자들의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너무 과도한 몰아가기는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문제가 알려진 다음날인 8월 14일 화웨이에서 이러한 이중표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핸드폰 시스템 업그레이드 패치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해당 문제에 대한 화웨이의 공식입장도 없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문제가 알려지거나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만한 조짐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해외기업이든 중국기업이든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중국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히 최근 홍콩 사태나 대만과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문제는 기업들의 영업활동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 역시 문제가 알려지자마자 조치를 취하면서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최근 그룹 엑소(EXO)의 중국인 멤버 레이도 삼성전자의 공식 글로벌사이트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는 표기가 있다며 계약해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모델의 계약해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유가 알려지면서 중국시장에서 삼성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글로벌사이트를 운영하는 몇몇 기업의 사이트를 방문해 보았다. 대표적으로 한국애플의 경우 국가 또는 지역 설정에 들어가면 국기와 함께 해당 국가 또는 지역명이 표기되어 있다. 대만의 경우 대만국기와 대만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중국 애플사이트를 들어가면 이러한 국가설정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영업 전략인 듯하다.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중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 소비자와 글로벌 기업 간의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중국진출 기업들에게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일종의 지지선언을 담은 영업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앞서 화웨이나 다른 유명 브랜드의 지역표기 문제 역시 정치적 의도보다는 기업의 본질인 이익추구를 위한 선택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기업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중국 본토와 대만 양쪽을 포용할 수 있는 더 영민한 영업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글로벌기업은 그가 속한 국가의 얼굴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화웨이-중국, 삼성-한국, 애플-미국 등 어느 국가의 기업이라는 점이 함께 부각된다. 그러므로 기업이 진출국의 문화와 역사, 정치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의무이자 중요한 영업전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홍콩, 대만, 중국 등 복잡한 이해관계에 있는 지역에 진출 시, 그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민간기업 문제가 국민 상호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형태로 발전되거나 국가 간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본 글의 중국 네티즌 의견은 실제 내용을 번역한 것으로 저자 개인의 의견과 무관함을 알림.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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