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보자들은 정의에 반한다”…조국의 과거 발언, 부메랑 되나

‘공정’ ‘정의’ 강조하며 도덕적 기대 수준 높여놨는데…“범법 없었다”로 충분할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9일 야당이 쏟아내는 각종 의혹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누구보다 ‘공정’ ‘정의’ 등의 가치를 강조해온 조 후보자였기에, 스스로 높여 놓은 기준이 도리어 그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국 “이런 후보자들은 정의에 반한다” …저서에서 신랄하게 비판

조 후보자의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는 2009~2010년 이명박정부 시절 그가 언론에 발표한 글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조 후보자는 그중 ‘위장, 투기, 스폰서의 달인들’에서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며 느낀 점을 꼼꼼히 적어놨다. 신 후보자의 위장전입, 이 후보자의 쪽방촌 투기, 김 후보자의 스폰서 논란을 하나씩 짚으며 이명박정부의 ‘공정한 사회’ 기조를 비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휴가 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사실을 거론하며 이렇게 반박한다.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란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직시하고,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사회이며, 불평등의 심화를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청문회에 선 후보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맹종하면서, 시민의 미덕을 추락시키고, 불평등의 심화를 부추기는 행동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국무위원이 된다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 이들이 국무위원이 된다면 시민들은 ‘자기 속의 김태호’, ‘자기 속의 신재민’을 억누르기는커녕 키우게 될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조 후보자는 당시 언론인 출신의 신 후보자를 향해선 “한때나마 간쟁을 담당하는 사간 또는 정언을 자처했다면 (위장전입 등의) 논란이 시작될 때 깨끗이 자진사퇴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특히 당시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쪽방촌이 많은 서울 창신동 건물을 매입한 것은 재개발 이익을 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는 “이 부부의 이런 부동산 재테크는 벼룩의 간을 내먹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쪽방촌까지 투기 대상으로 삼은 탐욕스러운 고위 공직자 부부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외에 신 후보자도 쪽방촌에 투기를 하지 않았을 뿐, 1993년 이후 아파트·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을 17번이나 사고파는 부동산 재테크의 달인임을 보여주었다”고 꼬집었다.

“먹고사니즘과 배금주의 넘자”고도 했는데…野 “수상한 투자” 맹공

조 후보자는 2010년 쓴 ‘생활보수파가 된 것을 반성합니다’라는 글에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매가리마저 풀려, 스스로 통치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투항하고 말았다. ‘먹고사니즘’이라는 ‘경제적 안정을 삶의 최고 가치로 치는 한국 특유의 보수주의’에 빠졌다”고 한국사회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파이를 키우면 모두 부자가 되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증발할 것이라는 시장 제일, 성장 제일 이데올로기의 미몽에서 깨어나자”며 “다시 한번 왼쪽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새로운 꿈을 꾸자. 1987년 헌법 체제를 넘어 ‘먹고사니즘’과 ‘배금주의’를 넘어 새로운 자유·평등·인권·복지·평화의 체제를 꿈꾸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 자료를 통해 조 후보자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매로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시세보다 35%나 싸게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가 이 아파트를 2003년 매도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산 것이나, 조 후보자의 아내가 갖고 있는 서울 성북구 상가 등은 상당한 수준의 재테크 실력이라고 평가한다. 또 야당에서는 조 후보자가 정무수석 임명 직후 사모펀드에 74억원을 약정하고 10억원을 투자한 것을 놓고 수상한 투자라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겉만 빨간 사과는 되지 말자” 해 놓고…자녀 졸업한 외고 관련 발언도 논란

조 후보자는 진보의 가치가 깊이 체화되는 삶을 강조하는 내용의 ‘당장 토마토는 못 되더라도’라는 글도 남겼다. 그는 486세대로서 “진보의 가치를 숙지할 뿐만 아니라 체화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1980년대 초반 선배들이 ‘겉만 빨갛고 속은 하얀 사과가 되지 말고, 겉도 속도 빨간 토마토가 돼라’ 했다고 적었다. ‘토마토’로 살기가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좌절하지 말고 진보파로서 두 가지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는 첫 번째로 “개인적 갈등을 줄여줄 제도를 도입하도록 힘을 모으자”며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 외고가 대입 명문 학교가 아니라 원래 취지인 외국어 특성화 학교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 등을 예로 들며 강조했다. 두 번째로 “한 걸음 한 걸음 ‘토마토’와 같은 삶을 향한 조그만 실천을 해보자”며 텀블러 사용, 자녀의 학원 하나 줄이기, 주말 재래시장에서 장 보기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지금 야당에선 조 후보자의 딸이 외고 졸업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수상한 장학금 받은 사실까지 문제 삼고 있다.

조 후보자와 여당은 이런 각종 의혹에 대해 “모든 과정이 적법하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인사들 사이에서도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있는데, 범법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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