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지난해 7월 성관계 영상 등 불법 촬영물 유통 웹사이트 운영자와 유포자 155명을 무더기로 고발했는데,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이 넘는 78명은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한사성은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음란물 사이트 120여곳을 추려 이곳의 운영자와 헤비업로더 15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일보가 20일 한사성과 함께 이들에 대한 처분 경과를 확인한 결과 정식 재판에 넘겨진 이는 40명(25.8%)에 그쳤다. 법원 판결이 난 11명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명이었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4곳을 2년 동안 운영하면서 33만건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강모(31)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강씨는 성관계 영상 뿐 아니라 교복 입은 여학생이 선정적 행위를 하는 영상도 유포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6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정모(46)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영리 목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7년에 처해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음란물이 불법 촬영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유포했는지가 핵심인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단순 음란물인 줄 알았다’고 발뺌하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몰카’로 성관계 영상을 찍고 이를 유포했는데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모텔에서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로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유포한 이모(48)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9월 여자친구가 잠든 새 옷을 벗겨 가슴을 찍고, 한달 뒤 술집에서 처음 만난 여성의 특정 부위를 몰래 촬영해 음란물 사이트에 올린 김모(31)씨에게도 역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버가 해외에 있는 음란물 사이트의 경우 운영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한사성 고발 건 가운데 사이트 운영자나 유포자가 기소중지된 사례는 총 45건(29.0%)이었다. 대부분 ‘성명불상’으로 처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수사기법을 동원해 최대한 피의자를 특정하고, 외국과의 수사 공조를 활발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사성은 불기소 비율이 50%가 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이 불법 촬영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불기소 처분된 이유를 보면 ‘영상에 피해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라거나 ‘피해자가 촬영 당시 카메라를 응시했다’는 게 대부분이다. ‘영상이 노골적이지 않다’ ‘5년간 사귄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리된 사건도 있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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