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 후보자가 대표해온 문재인정부의 ‘공정 가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의 딸이 외국어고 재학 중 2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영어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특혜가 의심되는 입시 코스를 밟아온 것이 드러나면서다. 20~30대를 중심으로 조 후보자 역시 그간 비난받아온 기득권층과 다를 바 없다는 분노감이 표출되고 있다. “위법은 아니었다”는 조 후보자 측의 해명에 오히려 여론이 더 악화되면서 향후 문재인정부 국정 운영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속히 확산된 것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등재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공계 대학교와 대학원생 중심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허탈하다며 분노를 표출하는 글이 이어졌다. “샘플 준비 등이 매우 힘든 연구였는데 고교생인 조 후보자 딸이 이걸 직접 했다고 믿을 사람이 있느냐”, “논문에 참여한 다른 학생이나 연구원이 저자 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며 공정성과 특혜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서울대 우희종 교수도 페이스북에 “2주 인턴의 고등학생이 병리학 학술지 논문의 제1저자라는 것이고, 이는 열심히 연구하고 실험하는 많은 대학원생들을 실망시키는 내용”이라며 “자연과학 논문에 제1저자는 실험 구상과 실험을 실제로 하는 역할인데, 고등학생이 논문 제목에 있는 개념만 제대로 익히는 데에도 2주는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의 딸이 특목고인 외고 졸업 후 이공계열 사립대에 진학하고, 이후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간 것을 두고도 시선이 곱지 않다. 조 후보자 측은 입시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신속하게 각 입시 전형마다 문제될 것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과 계열인 외고를 졸업한 뒤 이공계열 대학을 징검다리로 삼아 의전원에 진학하는 것은 흔히 강남의 입시 코디네이터들이 활용하는 출세 코스로 불린다. 때문에 현 정부에 우호적인, 자녀를 키우는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외쳐온 문재인정부의 가치가 이런 것이었냐며 허탈해 하고 있다.

온라인 카페에선 과거 조 후보자가 남긴 글을 끄집어내며 분노하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조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트윗에 “모두가 용이 될 수 없다. 더 중요한 건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썼다. 이를 두고 게시판엔 “조국님 자식은 용이고 남의 자식은 개천의 가재, 게, 붕어로서 아름답게 살라는 의미였을까요?”, “용 될 생각하지 말고 개천에서 가재 붕어로 너희들끼리 따뜻하게 놀라는 뜻이었을 것”과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비판 여론에 더욱 기름을 끼얹는 것은 과거 조 후보자의 발언과 현 상황이 하나같이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 후보자는 장학금과 관련해서 SNS에 “장학금 지급기준을 학생의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글을 올렸었다. 논문에 대해서는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며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고 적었다.

여권에서는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장 이혼 등 의혹은 조 후보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딸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공정의 가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실로 드러나면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