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받고 무고한 옥살이를 했던 김오자(69)씨가 재심을 통해 4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간첩단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 벌어진 일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2일 김씨의 반공법 위반 등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피고인석에 선 김씨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김씨는 재일교포 유학생으로 부산대 73학번 이었다. 그는 1975년 간첩으로 몰려 중앙정보부로 연행됐다. 그는 이듬해 조총련의 지시를 받고 국가 기밀을 탐지하고 주변 사람들을 포섭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사형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가석방될 때까지 9년간 수형 생활을 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뒤늦게 재조사한 결과 피고인이 영장 없이 연행돼 1개월간 불법 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았고, 폭행과 협박 등을 받으며 자백을 강요당한 여러 사정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함께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도 마찬가지 일을 당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자백 진술 등은 위법한 구금상태에서 폭행·협박으로 이뤄진 것으로 봐 증거능력이 없다”며 “유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상당 기간 불법 구금됐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입은 점에 대해 우리 법원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지금 우리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훌륭한 시민이라는 점을 봐도, 그런 가혹행위를 한 것에 대해 정말 많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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