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30일 안에 해법 찾자” 했지만… 佛 “재협상 없다” 강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브렉시트' 재협상 문제를 놓고 논의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AP-dpa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만나 향후 30일 이내에 해결책을 마련하자며 타협 의사를 교환했다. 재협상 불씨를 남겨둔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이루는 프랑스가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브렉시트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존슨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갈등의 핵심인 백스톱(안전장치) 조항 대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백스톱 조항 폐지는 고수하면서도 이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특정 협약’을 맺을 수 있다는 기존 제안을 거듭한 것이다.

백스톱 조항은 브렉시트 이후 전환기간인 내년 말까지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인데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을 경우 독자적인 무역정책을 세우기 어렵다며 반대해왔다. 반면 EU 측은 백스톱 폐기 요구를 거절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노딜 브렉시트는 막아야 한다”며 “앞으로 30일 이내에 해결책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백스톱은 언제까지나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국경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적용할 대안책이었을 뿐”이라며 돌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노딜 브렉시트’를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보는 프랑스의 의견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만약 존슨 총리가 EU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는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존슨 총리는 30일 시한에 대해 “격렬한(blistering) 시간표를 환영한다”며 “정치적 교착 상태를 풀 실질적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슬로건 ‘우리는 할 수 있다’를 독일어로 말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 슬로건은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가 극에 달했을 무렵 메르켈 총리가 난민포용 정책을 고수하며 국민을 결집하고자 내걸었던 말이다.

하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 “존슨 총리가 제안한 백스톱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협상은 옵션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는 노딜 브렉시트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 다른 EU회원국 입장에는 담배 종이 정도의 차이도 없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존슨 총리의 제안이 브렉시트가 EU를 오염시킨다고 보는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더 냉담한 반응을 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영국 정치인들의 부족한 정보전달로 인해 영국민이 브렉시트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이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영국의 제안에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존슨 총리가 실제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려는 것인지, 파국의 책임을 EU에 떠넘기려는 전략으로 재협상을 제안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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