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미사일 시험,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강경 맞대응 예고

“미, 유럽에 미사일 배치 시 곧장 대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중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유럽에 위치한 미국 미사일방어(MD) 기지에서 이 같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만큼 이에 상응하는 강경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사울리 나니스토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해 양국의 군축 조약이 사실상 백지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의 경고가 연달아 이어지며 향후 국제 군비 경쟁이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新)냉전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너무나 빠르게 미사일 시험을 감행했다”며 “이는 그들이 조약 탈퇴를 위한 핑계를 찾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미사일 발사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이 유럽에 배치돼 러시아가 미사일의 사정권에 놓이게 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국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루마니아의 미군 MD 기지에 배치된 발사대와 유사한 발사대에서 이뤄졌다”며 “루마니아 시설과 폴란드에 배치될 미군 시설에서 앞으로 이런 미사일들이 발사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도 이런 무기 체계를 설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미국의 미사일 배치에 대한 강경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먼저 INF 조약에서 금지한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으면 러시아도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INF 조약은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러시아 전신)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한 조약이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양국의 지상 발사 중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2일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공식 탈퇴를 선언하고, 러시아도 탈퇴 발표 직후 INF 효력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조약이 폐기된 상태다.

미국의 INF 탈퇴 배경에 중국의 미사일 전력 견제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러가 조약에 묶여 중거리미사일 개발을 제한받는 사이 중국이 이를 틈타 미사일 전력을 대폭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탈퇴 보름여 만인 지난 19일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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