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럽 시중은행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실제 도입 효과는 ‘물음표’
한국은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 적어


은행에 돈을 맡기면 되레 돈을 내야하는 시대다. 유럽의 몇몇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리더니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가세했다. 현금 보유가 부담스러워진 은행들이 예금자에게 ‘패널티’를 물리는 셈이다. 중앙은행은 현금을 풀어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려 했지만, 민간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예금만 늘리고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둔화되고 있지만 아직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데다, 마이너스 금리는 자칫 부동산 투기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마이너스 금리는 말 그대로 금리가 ‘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돈을 맡기면 만기에 원금보다 적은 돈을 받게 된다.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시중은행은 지급준비금과 예치금에 붙는 수수료를 중앙은행에 내야 한다. 예금자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매긴다는 건,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받겠다는 의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0.10%)과 스웨덴(-0.25%) 덴마크(-0.65%) 스위스(-0.75%)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엇비슷하게 유럽중앙은행(ECB)은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05% 포인트 내린 이후 줄곧 ‘제로금리’다.


마이너스 금리는 차츰 민간의 은행에 번지고 있다. 덴마크 유스케(Jyske)은행은 오는 12월부터 은행 잔고 750만 크로네(약 10억900만원)를 초과해 보유한 예금자에게 연 -0.6% 금리를 적용한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혔다. 751만 크로네를 예금했다면 연간 4만5060크로네(약 607만1830원)의 ‘보관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스위스 UBS은행은 오는 11월부터 잔고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4960만원)을 초과한 고객에게 연 -0.75% 금리를 부과한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은 오는 9월부터 100만 유로(약 13억3400만원)를 초과하면 연 -0.4% 금리를 매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부양이다. 글로벌 ‘R(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자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서라도 돈을 풀려는 의도다. 이렇게 하면 자국 통화는 ‘흔한 돈’이 돼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에서 소비와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유럽의 은행들이 ‘울부짖고(squealing)’ 있다”고 지적했다.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 이자의 차이로 얻는 이익)이 떨어지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고, 민간에선 커지는 불확실성 때문에 저축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달리 ‘돈 풀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어떨까. 전문가들은 선을 긋는다. 부동산 안정이 시급한 현안이라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대출이 한층 쉬워져 부동산 투기로 번질 우려가 높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동시에 움직이는 경제성장률만 봐도 한국은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일본은 주택담보대출 성장률이 마이너스지만, 한국은 대출 성장이 연 5%나 된다”며 “이는 시중은행이 예금으로 조달한 돈으로 아직 투자할 곳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에 하방압력만 넣기 때문에 ‘예외적 상황’ 외에 실행돼선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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