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토 작물이 연료?” 일본 방사능 공기오염 공포

김익중 전 동국의대 교수 “방사능 태운다고 사라지지 않아, 일본 전체 재앙될 것”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토(제염토)의 재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방사능 공기 오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 방침대로 방사능에 오염된 흙에서 자란 작물을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공기 중으로 방사능 물질이 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후쿠시마의 재앙은 일본 전역의 재앙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후쿠시마현 나가도로 지구에 쌓여있는 방사능 오염토 더미. 검은 점이 모두 방사능 오염토 자루다. 구글 어스 캡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익중(59) 전 동국의대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토에서 키운 작물을 태워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방사능 물질은 굴뚝을 따라 일본 전역으로 흩어지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후쿠시마의 재앙은 일본 전체, 혹은 경우에 따라서 한국 등 동북아시아 전체의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NHK 후쿠시마 뉴스웹의 보도에 따르면 와타나베 히로미치(渡邊博道) 부흥상은 이날 방사능 오염토의 재사용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후쿠시마현 이이다테무라(飯館村)의 나가도로(長泥) 지구를 방문해 오염토 재사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상. NHK 후쿠시마 뉴스웹 보도 캡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 흙을 전국에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각 지역 사회의 반발에 막혀 실행에 옮기진 못하고 있다. 대신 후쿠시마 제1원전과 30㎞ 정도 떨어진 나가도로 지구 등에서 오염토를 재활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방사능 오염토를 담은 자루만 1400만개가 곳곳에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증 실험에서는 제염 작업에서 나온 1㎏ 당 5000베크렐 이하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오염된 흙 위에 오염되지 않은 흙을 덮은 뒤 바이오매스 발전 등의 연료로 활용되는 작물을 키우거나 꽃을 재배하고 있다.

NHK 후쿠시마 뉴스웹 보도 캡처

와타나베 부흥상은 “실증 사업을 통해 오염토의 재활용이 가능한지 확실하게 판별한 뒤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방사능 오염을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현 나가도로 지구에 쌓여있는 방사능 오염토 더미. 검은 점이 모두 방사능 오염토 자루다. 구글 어스 캡처

김 전 교수는 “꽃은 먹지 않으니 큰 문제 없겠지만 바이오매스 연료 작물을 재배한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라면서 “방사능 물질은 태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작물에 흡수됐던 방사능 물질은 연기를 타고 일본 전역으로 흩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의 재건을 노리는 아베 정부가 방사능 오염 처리를 정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능 물질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 봉쇄하는 게 최선인데도 일본 정부는 거꾸로 ‘없다고 믿자’거나 ‘먹어서 응원하자’는 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현 나가도로 지구에 쌓여있는 방사능 오염토 더미. 구글 어스 스트리트뷰 캡처

일본 네티즌들도 제염토에서 키운 작물을 태우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을 맹비난하고 있다. 트위터 등에는 “재활용할 게 있지” “방사능이 태운다고 사라지냐” 등의 글이 이어졌다.

김 전 교수는 방사능 오염을 최소화하려면 후쿠시마 원전 근처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익중 전 동국의대 교수. 본인 제공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반경 30㎞ 정도를 국유화하고 그 안에 저농도 오염토 등을 보관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300년은 그곳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를 더 알리려고 혈안이 돼있습니다. 원전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욕심입니다. 돈이나 올림픽보다 생명과 건강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후쿠시마를 이용하면 일본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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