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각종 의혹 제기되면서 여권 지지층서도 우려

“검찰 개혁 적임자”인가 의문으로까지 번져

임명 강행땐 야당 비협조… ‘개혁카드’가 개혁 법안 막는 아이러니 연출될 수도

일각선 “윤석열 견제용” “대권주자로 활용” 분석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9.08.2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지명된 것은 ‘뉴스’가 아니었다. 지난달 초부터 그의 ‘장관행’은 기정사실로 치부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조 후보자 지명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에 대해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인사검증뿐 아니라 권력기관들에 대한 개혁”이라며 “(개혁을) 법제화 하는 과정이 남아있는데 (조 수석이 이를) 성공적으로 마쳐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인사 검증 실패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정수석이었던 조 후보자를 신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안에서도 조 후보자를 “검찰 개혁 등의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법치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법무부 장관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적임자’로 지명한 조 후보자가 웬만한 의혹과 폭로로는 낙마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았다. 설사 인사 청문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아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거라는 전망이다. ‘어법조(어차피 법무부 장관은 조국)’라는 말도 생겼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를 반(反)개혁 세력의 ‘흔들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웬만한 논란에는 지명 철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 일주일간 상황이 급변했다. 야당과 언론의 검증에 보수층만이 아니라 여당 지지층에서도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주요 논란은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부정 입학 의혹, 사모펀드 74억원 투자 약정 관련 의혹, 동생 부부의 위장 소송·이혼 및 부동산 위장 거래, 웅동학원 부실 운영 의혹,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활동 등이다. 이 중 딸의 대학 및 의전원 입시를 둘러싼 잡음과 사모 펀드 투자 약정, 동생 부부의 위장 소송·이혼 의혹은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딸 입시에 부정행위가 있었을 경우, 동생 부부의 위장 소송·이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게 확인될 경우 조 후보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 지명 자체가 국정 농단”이라며 조 후보자 및 그 일가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당은 조 후보자를 끝까지 비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지층에서조차 우려가 나온다. 조 후보자 임명 강행과 낙마 모두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조 후보자는 의혹 제기에 대해 “청문회에서 대답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이견으로 청문회는 날짜와 형식조차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펀드 사회 기부 등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8.23.

이런 전개는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의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조 후보자가 논란 끝에 임명되면 정국은 급랭할 것이다. 여론은 악화되고 야당은 이를 명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개혁 법안 협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기간을 거치면서 시간은 흐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개혁 법안은 논의되지 않은 채 내년 초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이미 ‘총선의 시간’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법안 처리보다는 선거 운동에 힘을 쏟을 시기다. 정치권에서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개혁 법안들이 결국 사장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후보자 임명이 핵심 개혁 법안의 좌초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임명되면 개혁 법안 논의의 ‘골든타임’이 사라질 것”이라며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손댈 수 있는 개혁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검찰 개혁 법안은 이미 국회에 넘어간 상태”라며 “조 후보자가 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후보자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서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사 인사제도 개혁, 과거사 청산 등 대통령령·법무부령 개정으로 가능한 개혁은 대부분 이뤄졌다”며 “공수처 도입, 수사권 조정 등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개혁은 정부여당의 힘만으로 부족하다.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지난 2월에는 공수처 설치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국민청원을 통해 (국민 여러분이) 다시 한 번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 법무부가 핵심 개혁 사안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조 후보자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조 후보자를 더 이상 개혁의 적임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종 의혹과 논란이 적법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조 후보자는 도덕적 타격을 입었고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개혁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 신뢰인데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23일 “처와 자녀 명의로 출연한 사모펀드를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가의 모든 권한을 내려 놓겠다”고 밝혔지만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딸의 입시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한 조치라는 여론이 뒤따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며 “조 후보자는 그간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언급해왔는데 그것은 정권의 편에 서는 검사들에게 유리한 검찰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는 등 정권에 ‘칼’을 겨눴던 검사들이 좌천돼 사직한 일이 있었다. 장 교수의 지적은 이런 검찰 인사가 ‘조국 발(發)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 후보자 기용 배경에 검찰 개혁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가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은 표면적 이유 같다”며 “사법 개혁은 사실 국회가 하지 법무부 장관이 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정권을 향해 언제든 (검찰의) 칼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총선과 그 이후 대선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장관이 되면 조 후보자의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이 더 활발해질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 법안 논의에 미온적인 야당을 SNS를 통해 비판하면 자연스럽게 여권에 보다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거라는 얘기다. 조 후보자는 최근 두 달 동안 보수 야당을 ‘친일파’로 몰며 비판하곤 했는데, 이런 활동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 등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후보자가 야당을 압박해 어떻게든 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이는 ‘훈장’이 된다. 박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를 갖고 있지 못한 (정치) 계파는 모두 조기 레임덕에 빠지고 붕괴했다”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대권주자가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로 내세우기 위해 조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분석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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