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예비비·기금운용계획 변경
정부, 총 2739개 단기 일자리 만들어
예정처 “시급성 있으나 사용목적 부합 검토를”

정부가 지난해 연말 예비비와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모두 2739개의 ‘단기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비는 예산 편성 시 예측 못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쓰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기금운용계획은 정부가 매년 기금의 목적에 맞게 세운다. 정부가 태풍·산불·취약계층 지원 등 긴급한 수요에 따라 예비비 사용과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결정했지만, 연말 단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739개 일자리는 건설현장 순찰, 해양 쓰레기 수거,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도우미 등 짧게는 12일, 길게는 2개월짜리의 ‘단순·단기 일자리’였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회계연도 결산 분석’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국립공원 산불감시원 및 환경개선 사업과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도우미 지원 사업에 총 31억7600만원의 일반 예비비를 사용했다.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 중 ‘일반 예비비’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쓸 수 있는 돈이다.

환경부는 27억1000만원의 예비비로 924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개월간 진행됐다. 국립공원 청소에 382명, 국립공원 해양쓰레기 수거에 180명, 국립공원 산불감시에 362명이 투입됐다. 월 210만원을 받는 단기 일자리다.

또 4억6600만원의 예비비로 총 935명의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도우미를 충원했다. 하루 3만6000원을 받는 이 일자리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6일씩, 총 12일 진행됐다. 주요 업무는 생활폐기물 및 재활용품 분리수거·배출 방법에 대한 교육과 홍보였다.

환경부는 긴급한 수요 때문에 ‘비상금’을 썼다는 입장이다. 당시 태풍 등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 및 다도해 해상공원에 쓰레기가 많았고, 건조 기후로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해 ‘안내 도우미’도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예비비의 사용 목적에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예비비 편성의 시급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나 국립공원 청소비 및 자원보호비는 본예산으로 지속 추진된 사업이며, 분리배출 도우미 고용 기간은 총 12일에 그쳐 지역주민의 분리배출 의식 고취라는 성과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급성, 보충성 등 예비비 사용 요건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의 연말 단기 일자리 창출에는 ‘기금’도 동원됐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등 3개 사업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총 23억800만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이 돈은 총 880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투입됐다. 정부는 고위험업종 안전보건지킴이에 160명을 충원했다. 만 55세 이상 건설업 실무경력이 있는 퇴직자를 선발해 2인1조로 건설 현장을 순찰하는 일자리다. 산재근로자 연금수급권자를 실태 조사하는 사업에는 150명, 산재보험적용 소규모사업장 가입 홍보 등에는 570명을 선발했다. 일자리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진행됐으며, 시간당 임금은 8995~9763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예산정책처는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1개월 단기 일자리로 지속성이 없고 일부는 상시적 업무 수행과 연결되어 있다”며 “예산 편성 단계에서 필요 인력 등을 요구해 안정적 일자리로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당초 계획에 없는 내역을 연말에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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