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홍콩 경찰과 시위대

잠시 ‘비폭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 화염병과 최루탄, 빈백건이 다시 등장하며 폭력으로 얼룩졌다. 최루탄과 폭력없는 시위는 10여일 만에 끝났다. 또 홍콩의 대학생뿐아니라 중·고등학생들까지 수업거부에 동참하기로 했고, 야간에 대규모 인간띠 잇기 행사도 벌어지는 등 홍콩 시위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25알 콰이청 운동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오후 3시부터 취안완 공원까지 걷는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처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 요구사항을 내걸고 “홍콩인 힘내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악조건에서도 형형색색의 우산을 쓴 시위대는 점차 수가 늘어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홍콩 당국은 시위 장소 부근의 지하철역 운행을 중단했다.

홍콩 쿤통 지역에서 전날 열린 집회에서는 시위대가 행진하면서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과 대치하다 충돌을 빚었다. 일부 시위대는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의 감시카메라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가로등 밑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응아우타우콕 경찰서에서 진압복을 입은 경찰과 마주하게 되자 도로 방호벽과 공사용 대나무 장대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벽에 스프레이로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를 쓰기도 했다.

이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바리케이드 너머로 날아와 불이 붙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본격적인 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도 준비했다. 저녁이 되면서 시위대는 흩어졌지만, 경찰에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산발적인 충돌은 계속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가 테니스 라켓을 이용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되받아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이 얼굴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앞서 22일 홍콩 도심에서는 중·고교생도 수천명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갖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100여개 학교에서 매주 1회 수업거부를 하기로 했다. 또 공립대 8곳과 사립대 2곳에서 모인 대학생 단체 대표단도 새 학기부터 2주간 수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에서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 23일 국제 사회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거대한 인간 띠를 만드는 ‘홍콩의 길’ 시위를 벌였다. 시위 주최측이 홍콩내 39개 지하철역을 잇는 총 45㎞의 인간 띠를 만들자고 제안해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만에 45㎞의 인간 띠가 완성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촛불 시위를 펼쳤다. ‘홍콩의 길’ 시위는 1989년 8월 발트 3국 주민 200만 명이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총 연장 680㎞의 인간 띠를 만든 ‘발트의 길’에서 비롯됐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홍콩인과 중국 본토 출신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16일과 17일 호주 애들레이드와 시드니에서 홍콩 출신 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리자 중국 본토 출신들이 몰려가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가했다.

18일 캐나다 밴쿠버에선 홍콩 출신들이 기도회를 여는 교회에 중국 본토인들이 몰려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면서 야유를 퍼부었다. 24일에도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 홍콩과 중국 본토 출신 대학생들간 충돌이 빚어졌다. 2016년 기준 호주에 거주하는 120만여 명의 중국인이 가운데 중국 본토 출신은 41%, 홍콩 출신은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적으로 홍콩인들이 절대 열세인 셈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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