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연구 참여 안한 조씨, 제1저자 등재 배경에는 장 교수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확장판 지인 자녀 포함 가능성
한국연구재단 “저자 순서 중요사항이다”
교육부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전수조사 결과 부정행위 2건”
조국 후보자 딸 조씨는 포함 안 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와 같은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의 위계서열에서 상위에 있는 교수들이 후배 연구자들의 논문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공동저자’를 끼워 넣은 사례가 상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일부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국민일보 2017년 11월 21일자 13면 참조)의 확장판일 가능성이 높다. 제2, 제3의 조 후보자 딸 같은 사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조씨가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영어 논문은 2006년 단국대 의대 김모 교수의 연구가 출발선이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정부예산 21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연구에 조씨는 참여하지 않았다. 연구기간은 2006년 7월 1일부터 2007년 6월 30일까지였다. 조씨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재직한 것은 2007년 7월 23일부터 2주였다.

이후 조씨가 다닌 한영외고 학부모였던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가 후배인 김 교수 연구를 인용해 2008년 12월 작성한 영어 논문에서 제1 저자로 조씨가 등장한다. 논문 공동저자에 김 교수 명의를 넣기는 했지만 실제 연구를 했던 김 교수의 업적은 상당 부분 가려졌다. 연구재단이 지난달 발간한 정책보고서에는 “저자가 다수인 경우 저자 순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제1 저자는 연구수행 관련 작업뿐 아니라 논문 작성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조씨의 제1 저자 등재는 ‘합동 연구’라는 이름 아래 선후배 간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는 관행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교수가 김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고 공동저자를 넣는 과정에서 다른 공동저자를 끼워 넣는 식이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의학계나 이공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조인트(합동)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무임승차’ 사례를 찾아내기 힘들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논문 공동저자로 등재된 미성년자 전수조사 결과를 밝히며 255명이 공동저자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행위는 2건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명단에 조씨는 없었다.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던 것이다. 연구재단이 지난 2월 대학 소속 연구자 2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1.1%가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지도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기초과학 연구에 사용될 나랏돈을 지인 자녀의 입시를 지원하는 창구로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초과학을 강화하겠다며 올해 편성한 예산은 9595억원으로 1조원에 가깝다. 이 중에는 조씨가 논문의 제1 저자로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된 ‘기초과학 신진교수 지원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향후 미성년자가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해 대학 입시에 활용하는 사례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씨처럼 이미 벌어진 일조차 잡아내지 못하는 데 원천 차단이 가능한지는 의문이 든다. 한 의학계 관계자는 “학계에 만연했던 ‘저자 끼워넣기’ 관행 속에서 지도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지인 자녀를 공동저자로 등재시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제2, 제3의 조씨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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