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이뤄진 지난달 4일로부터 7주 정도가 지난 지금, 일본 불매운동은 한국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일본 맥주부터 의류, 자동차, 여행까지 매출이 반토막났다는 통계가 속속 발표되면서 불매운동에는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국민들 다수가 박수를 친다고 해서 모두가 불매운동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특히 경제나 외교 전문가들 중에는 불매운동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가진 이들이 제법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불매운동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전문가 중 한명이다. 역사 문제로 인해 불거진 양국 갈등을 불매운동으로 풀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주 소비자학 전문가인 이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해 그가 생각하는 불매운동과 반대 이유에 대해 들었다.

일본여행 불매운동

-일본 불매운동이 생각보다 오래, 또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데

“불매운동은 지난달 4일부터 시작됐다. 한달동안 불매운동이 열정적으로 이뤄졌는데,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조치를 취소하기는커녕 2탄을 쏘아올렸다.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그것이다. 현재는 불매운동을 한지 두달이 다 돼가는데, 일본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까지 불매운동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제제재는 역사 갈등을 바탕으로 한 외교문제여서 정부간 해결을 봐야하기 때문에 불매운동만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었다. 효과가 없었던 거다.

또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 중 소비재의 비중은 6% 정도다. 따라서 일본 경제규모, 교역상대국과 교역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우리 나라의 불매운동이 일본에 큰 타격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불매운동이) 분노와 애국심의 표현은 될 수 있어도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불매운동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혐한 발언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DHC TV의 경우, 사과나 반성은커녕 발언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DHC 한국지사가 사과문을 올린 것도 잘못 대응했다는 식으로 방송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DHC 한국지사 직원들이다. 양쪽에 끼어 좌불안석인 상태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지 않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불매운동의 타격을 크게 입은 유니클로 직원들도 월계점 폐점 시작으로 고용불안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일식집, 일본식 술집, 일본 제품 재고 누적 등으로 인해 국내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9월로 예정돼있던 ‘2019 글로벌일자리대전(일본-아세안 취업박람회)’이 한일갈등 여파로 보류됐다. 올 상반기(5월) 일자리대전의 경우 15개국 184개사가 참여했는데, 이중 일본이 115개사(62.5%)를 차지했다. 따라서 이를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것은 불매운동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이런 개인들의 피해나 고통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불매운동에는 어떤 효과가 있나

“불매운동의 국내적 효과는 대단하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일본산 소비재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승용차, 맥주, 사케, 완구류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효과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재의 전체 수입액이 9% 증가했으나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13.8% 감소했다.

불매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일본 조치가 부당하다’고 의견 표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일본의 경제제재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양국 간 외교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리 정부에게 힘이 됐다면 불매운동을 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불매운동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다 있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양쪽을 다 비교해서 결정하는 거다.

8월 14일 교통방송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76.2%로 국민 4명중 3명 이상이다. 그런데 과연 불매운동의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도 함께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긍정적 효과에서도 불매운동의 실질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 문제를 역사에 바탕을 둔 외교문제라고 본다. 외교문제는 국가간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불매운동이 서포트 역할은 하겠지만 직접적인 해결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매운동이 과열되면서 일본 항공기 티켓이 덤핑으로 나온 적이 있다. 그 티켓으로 일본을 가는 사람은 불매운동 하는 입장에서는 한심하게 보일 것이다. 또한 일본 여행가는 사람과 일본차 타는 사람은 매국노라는 대형현수막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공유된지 오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다. 바람직한 소비를 하는 사람도 있고, 형편에 맞지 않게 고가 명품가방을 장기 할부로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모든 개인과 가계는 자신의 책임 하에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또 모든 사람의 의사결정은 자신의 판단 하에 이뤄진다. 이렇게 오색찬란하게 다양한 개인들의 경제생활이 모인 자유시장경제가 전체주의 경제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따라서 그것이 무엇이든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행동을 위협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을 휩쓸어도 일본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위협감을 느끼는 상황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대학동창이 속옷이 떨어졌는데 항상 가던 유니클로 매장에 가기가 겁난다고 하더라. 사진 찍힐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파라치, 즉 유니클로 파파라치 활동을 담은 사진과 내용들이 올라와 있었다.

소비자의 권리 중 선택의 권리는 누구의 간섭이나 위협도 받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말한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 강요 또는 위협하는 것은 자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불매운동이 효과가 없다는 뜻인가

“불매운동이 효과가 있다는 건 일본정부가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거둬들인다는 어떤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한달 보름이 지났는데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역사갈등을 바탕으로 한 외교문제로, 양국 정부간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매운동이 우리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은 있어도 직접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리고 일본 국민들의 일본 정부 수출 규제에 대한 지지도도 60% 가까이 되고 있다. 즉, 양국 정부와 양국 국민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문제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베 정부와 일본 국민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규탄해야 할 대상은 아베 정부이지 일본 국민과는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위 팻말도 ‘NO JAPAN’은 사라지고 ‘NO 아베’로 바뀌었다. 그런데 ‘NO JAPAN’이 아닌 ‘NO 아베’ 불매운동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소비자적대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적대감이란 특정국가 및 특정국가 제품 구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감을 말한다. 소비자적대감은 개인적 적대감과 국가적 적대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적 적대감은 과거에 침략을 당했거나 전쟁과 유사한 행위로 적대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고, 개인적 적대감은 개인적 경험을 기초로 한 특정국에 대한 반감이다.

국가적 적대감은 특정국에 대한 일반적 감정요인으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인지적 신념으로서의 경제 이미지와 제품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현재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국가적 적대감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본에 대한 일반적 감정요인인데, 일본의 경제 이미지와 일본제품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이번 불매운동이 감정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지난 13일 'NO 아베정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이번 불매운동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최소 올 연말까지 간다.’ 이렇게 유통·패션·숙박·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진단한다고 한다. 실제로 불매운동 불길이 유통·패션·숙박·여행 등 국내 산업계 곳곳으로 퍼진 만큼 쉽게 사그라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불매운동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매운동의 성공과 실패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거둬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일본이 무릎 꿇는 그 날까지 불매운동’이라는 자막을 TV 방송에서 보기도 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을 더욱 가열차게 할 경우 일본을 무릎 꿇려 수출규제 조치 등을 취소하게 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역사갈등을 바탕에 둔 외교문제로 양국 정부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18년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8개월만에 나온 조치다. 일본 외무성은 ”2019년 1월 9일부터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대법원판결에 대한 협의를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 한국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다”며 “협정에 근거해 중재위에 회부할 것을 5월 20일 한국 쪽에 통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오랜 기간 여러 사항을 검토한 후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물품 중 소비재 비중이 10%가 안되는 상황에서 가열차게 지속되는 불매운동으로 일본을 무릎 꿇리게 할 수 있을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도 불매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여할 텐데 어떤 걸 유의해야 하는지

““일본이 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는지 아세요?”라고 물어보면 불매운동에 열성인 사람들도 대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수출규제 조치 이전에 양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 사실에 대해 아는가이다. 전후맥락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하는 주장은 위험하다. 심사숙고의 과정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결여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주장들이 인터넷과 SNS를 타고 확대재생산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유하고 퍼나르기 전에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한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불매운동은 국내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취소의 어떤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지 않다. 대신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대의명분을 위해 개인의 피해는 무시해도 되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불매운동은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분업 체계 속에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선택한 부품, 재료, 소재가 불매운동의 빌미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K팝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좋아하는 한국인은 친절하고, 열정적이고, 재미있고(FUN), 스마트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매운동을 하는 분노의 감정은 혐오로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불매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다. 글로벌 세계 시민으로서 미래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이성적으로 설득력 있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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