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53)씨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희생자들 앞에 사죄했다. 5·18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한 신군부 지도자들의 직계가족으로서는 첫 참배다. 방명록에는 “사죄”라는 단어도 썼다.

25일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방문에 앞서 관리소 측에 사전 연락은 없었으며, 수행원들과 동행했다.

노씨는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노씨는 관리소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묘지 곳곳을 둘러봤다. 윤상원·박관현 열사의 묘지와 당시 11세의 나이로 희생된 고 전재수 유공자 묘지를 차례로 찾아 헌화, 분향했다. 노씨는 행방불명자 묘역과 추모관, 유영봉안소, 인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 묘역)도 방문했다.

노씨는 묘지를 1시간30여분간 참배한 후 서울로 다시 떠났다.


노씨의 민주묘지 참배는 병환 중인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86세인 노 전 대통령은 암·폐렴 등 잇단 투병 생활로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고 5·18 과정에서 시민에 대한 무력진압을 주도한 신군부 주요 지도자였다. 지난 2011년에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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