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비교하면 ‘낮은 편’
채무 증가율이나 ‘질적 측면’ 보면 위험 요소 있어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513조5000억원)은 총수입을 기반으로 편성돼 있다. 수입이 적어 모자란 부분은 국가채무로 편입되는 ‘적자국채’ 발행 등으로 채울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내년 국채 발행 규모는 60조2000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그러다보니 나라 곳간에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걱정이 뒤따른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국가채무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는 ‘기우’라는 반박과 수긍할 만하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과도한 불안이라고 보는 쪽에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국가채무비율이 문제 없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확장재정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국가채무비율이 계속 높아진다면 곳간에 비상이 걸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내년 국가채무비율 39.8%, 높은 수준 맞나
국가채무비율을 쉽게 설명하면 연봉에 비해 대출이 얼마나 되느냐로 풀이할 수 있다. 올해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37.1%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3710만원 정도가 빚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국가별로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게 맞다. 같은 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과 견주면 하위권에 속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1위인 일본(214.6%)에 5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프랑스(110.0%) 영국(108.6%) 미국(99.2%) 등 주요 선진국과 대비해도 마찬가지다.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OECD 회원국은 멕시코(35.3%)나 스위스(31.9%) 터키(29.0%) 정도다. 내년에 국가채무비율이 39.8%로 오른다고 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


국가가 빚을 져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국가채무비율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보기 힘들다. 한국재정정책학회 학회지에 2016년 12월 실린 논문 ‘국가채무 증가가 경제성장률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채무비율 증가가 경제성장률을 제고한다고 분석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재정이 적극적 역할해서 성장경로로 복귀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채무비율 증가율 43개국 중 3위
그러나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빚은 빚이다. 빚이 급증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채무비율 증감을 분석했더니 OECD 회원국을 포함한 43개국 가운데 한국의 부채 증가율이 3위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가파른 속도다. 한국재정정책학회에 실린 논문 역시 급격한 국가채무비율 증가율이 이어지면 금융시장에 불안감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채무의 ‘질’도 봐야 한다.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10년 이상 200%를 넘었지만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는다. 국채 대부분을 해외 자본이 아닌 국내 자본이 들고 있어서다. 3일 기재부에 따르면 일본 국채의 92.9%를 국내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해외 자본 비중이 낮을수록 외부에서 해당 국가를 쥐락펴락할 수 없어 안정적이다. 이와 달리 한국의 국채는 국내외 자본 구분이 힘들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서 안전하다고 못 박을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 국채에서 외국인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 구분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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