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역 앞 첫마중길 주변 건물주와 임차인‧주민들이 3일 실시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주민 역량 강화 교육에서 구본기 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한옥마을은 한 해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우리나라 대표 도심 관광지 중의 하나다. 최근 10여년 새 이뤄진 변화다. 이 마을은 수십년간 ‘한옥보존지구’란 굴레에 묶여 담장이 무너져도 손쉽게 고칠 수 없었으나, 적극적인 관광정책을 펼치면서 사람과 돈이 몰리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화로 많은 주민들이 폭등한 집값과 임대료 때문에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고, 외지인들이 들어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하며 중산층들이 들어와 저소득층 원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가리키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전주시가 적극 나섰다. 한옥마을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거울 삼아 최근 상권 변신이 한창인 전주역 앞 첫마중길과 고사동 객사길 등지에서 이 현상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다.

전주시는 첫마중길 주변 건물주와 임차인‧주민을 대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주민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고 4일 밝혔다.

전주역세권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3일 실시된 이번 교육에는 40여명이 참석해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의 강의를 듣고 서로 정보를 나눴다. 구 소장은 이날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을 비롯 구체적 현상으로서의 젠트리피케이션 메커니즘, 권리금 바로알기,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전주지역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상생협약을 한 건물에 부착해 준 '건물주-세입자 함께 가게' 현판. 전주시 제공.

앞서 시는 지난해 9월 첫 마중길에 있는 11개 건물의 건물주와 적정 임대료 유지를 뼈대로 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엔 최근 ‘객리단길’이라는 별칭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객사길까지 대상을 확대해 5개 건물주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협약을 맺은 16개 건물 앞에는 ‘건물주·세입자 함께 가게’라는 문구가 담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이미지 현판이 내걸렸다. 전주시는 지난달 이들 건물주 16명에게 상권임대료 안정과 건전한 상권문화 조성에 앞장선 공로로 표창장을 줬다. 시는 앞으로 협약 대상을 이면도로 건물까지 넓혀나갈 방침이다.

각종 문화행사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달 31일 객사길 도로 위에서 플리마켓과 문화공연을 진행했다. 시는 주민‧상가와 협의를 통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 전주객사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고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더불어 전주시는 이 현상 완화방안의 하나로 적정 임대료만 받는 사회적부동산 중개업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는 전체 1660여 곳에 이르는 중개사무소 가운데 운영 기간이 3년 이상 되고 최근 5년 이내에 관련 법을 위반해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등을 받은 이력이 없는 업소를 대상으로 추천과 현장 검증 등을 거쳐 모두 50곳을 지정했다.

시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상생협약과 주민 교육 등을 추진하며 건물주와 주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지역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