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명사수도, 모래폭풍을 등에 업은 귀신도 1인 군단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를 전면에 내세운 킹존 드래곤X가 연이어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이제 최종전만 이기면 베를린 입성이다.

킹존은 5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 2차전 경기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을 세트스코어 3대 1로 이겼다. 이로써 킹존은 오는 7일 열리는 선발전 최종전에 진출했다. 해당 경기에서 담원 게이밍에 승리할 시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합류한다.

올해 서머 정규 시즌을 7위로 마쳤던 킹존이 롤드컵 선발전을 거치며 완전히 되살아났다. 상체를 이루는 ‘라스칼’ 김광희, ‘커즈’ 문우찬, ‘내현’ 유내현의 기량 회복이 고무적이다. 그런 와중에 킹존의 버팀목인 바텀 듀오 김혁규와 ‘투신’ 박종익도 캐리 감각을 되찾았다.

특히 이날 1세트는 김혁규의 독무대였다. 김혁규는 1인 군단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홀로 샌드박스를 쫓아냈다. 라인전에서는 자야·라칸을 고른 샌드박스 바텀 듀오를 제압했다. 대치 상황에서는 순도 높은 포킹을 선보이며 상대를 빈사상태로 내몰았다. 그는 해당 세트에 34분 동안 9킬 1데스 9어시스트를 기록했고 4만2000의 대미지를 가했다.

실수도 나왔다. 승기를 굳히는 과정에서 무리한 ‘비전이동(E)’ 사용으로 전사했다. 경기 후 매체들과 만난 김혁규는 “팀적인 콜이 많이 나왔는데 그 와중에 제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를 해 안 좋은 상황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하며 “더 침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2세트에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지는 경우가 잦았다. 집중력을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패치에서 이즈리얼은 너프 직격탄을 맞았다. 김혁규는 여전히 이즈리얼을 군단의 최정예 병력으로 계산 중이다. 그는 “비전이동의 쿨타임이 늘어났지만, 라인전이 끝나면 거의 체감이 되지 않는다. 상대 조합의 사거리가 짧거나, 이니시에이팅 능력이 떨어진다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고 현재의 이즈리얼을 평가했다.

킹존은 서머 포스트 시즌에 초청받지 못했다. 공백 기간이 꽤 길었다. 하지만 김혁규는 이번 롤드컵 선발전 1·2차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포스트 시즌 기간에 팀원들이 솔로 랭크 소화량을 늘렸다. 팀원, 코치들과 함께 열심히 했던 게 보상으로 돌아와 뿌듯하다”며 “아프리카전 1세트 이후로는 오랜만에 경기한다는 느낌이 없다”고 전했다.

이제 마지막 담 하나만 넘으면 베를린이다. 김혁규는 오는 7일 열리는 담원전과 관련해 “준비 기간이 길지 않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팀이 그때까지 약점을 보완한다면 3대 0 승리를 거둘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풀 세트 경기를 치를 것”으로 전망했다.

“롤드컵 선발전 시작 전까진 우리의 정확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막연하게 ‘롤드컵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두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가 충분히 잘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남은 한 경기도 깔끔하게 이기고 싶다”는 그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비난 같은 걸 크게 의식했던 적이 없었다. 이번엔 정규 시즌이 끝난 뒤 한 번 그런 걸 의식하니 너무 힘들더라. 그런 와중에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남은 한 경기를 이겨 팬들께 보답해드리고 싶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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