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민이 8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 농경지역에서 쓰러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인천=윤성호 기자

‘역대 5위’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링링'에 3명이 숨지고 소방·경찰관을 포함한 수십명이 다쳤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상하고 16만건이 넘는 정전사고가 일어나는 등 물적 피해도 컸다. 태풍이 할퀴고 간 전국에는 곧바로 가을장마가 들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제13호 태풍 링링의 여파로 3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고 8일 밝혔다. 충남 보령에서 창고 지붕을 점검하던 75세 여성이 강풍에 추락해 숨졌다. 경기도 파주에서는 강풍에 날아온 지붕에 61세 남성이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인천 중구에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38세 남성이 인하대병원 후문 주차장 담벼락에 깔려 숨졌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길을 걷다 간판이나 창문 등 낙하물에 깔린 이들이다. 소방관 5명과 경찰관 6명도 구조 활동 중 경상을 입었다. 단 부상자 수는 집계 기관별로 엇갈린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서울에서만 링링 부상자가 25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전국 부상자 집계가 진척될수록 부상자 수가 늘 가능성이 크다.

링링은 지난 6일 새벽 제주도 서쪽을 통과한 뒤 서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전남 신안 흑산도에선 국내 태풍 최대 순간풍속 5위에 해당하는 초속 54.4m(시속196㎞)의 강풍을 기록하기도 했다. 링링은 7일 오후 2시 30분쯤 북한 황해도에 상륙해 북한을 관통한 뒤 8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서쪽 약 160㎞ 육상에서 소멸했다.

이재민이 속출했다. 전북 부안의 한 세대(2명)가 태풍에 집이 완전히 파괴돼 친척 집으로 옮겼다. 전국에서 주택 18동, 상가 62동이 물에 잠기고 차량 84대가 파손됐다. 선박은 35척이 전복됐다.

시설물 피해 건수는 민간시설 928건과 공공시설 2714건 등 총 3600건을 넘어섰다. 가로수 쓰러짐이 24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신주·가로등 쓰러짐도 125건에 이르렀다.

정전피해도 컸다. 정전된 16만1646가구 가구 중 16만1192가구는 빠르게 복구됐지만 454가구는 9일 저녁이 돼서야 복구됐다. 정전 탓에 제주도 서귀포의 육상 양식장 넙치 2만2000마리와 돼지 500두가 폐사하기도 했다.

추석 대목을 앞둔 농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벼가 쓰러지고 사과·배가 우수수 떨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전체 농작물 피해 면적은 714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여의도 면적(290㏊)의 약 25배 규모다. 4253㏊만큼의 벼가 쓰러졌고 1157㏊의 낙과 피해, 1735㏊의 침수 피해가 생겼다. 비닐하우스 피해면적도 42㏊에 이른다. 전남·전북·충남 지역에서는 수산 증·양식시설이 파손됐다는 신고가 7건 접수됐다.

태풍은 소멸했지만 가을장마가 뒤따른다. 정체전선이 전국에 비를 뿌리면서 태풍 피해 복구를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9일과 10일에 걸쳐 전국에 또다시 비가 내리겠다고 8일 예보했다. 9일 현재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는 정체전선은 제주 전라 경남에는 50~150㎜, 충북과 경북에는 20~60㎜,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최대 40㎜의 비를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제주도와 남부지방 산간지역에는 호우특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다시 북상하는 정체전선이 많은 비를 뿌리지는 않겠지만 가을장마와 태풍이 연이어 이어진 만큼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는 천둥·번개와 함께 초속 10~14m 속도의 강한 돌풍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비는 제주도부터 차차 걷히기 시작해 10일 오후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이 완전히 정체전선의 영향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석연휴인 12일부터는 평년을 2도 이상 웃도는 26~28도의 더운 날씨가 한동안 이어지겠다.
한 농민이 8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 농경지역에서 쓰러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인천=윤성호 기자

오주환 황윤태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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