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골칫덩이’ 길고양이 우선 중성화된다

서울시, 매년 길고양이 1000여마리 추가 중성화 방침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민 청원 사이트 '민주주의 서울'에 올린 '길고양이 공존 대책' 동영상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골칫덩이였던 길고양이가 우선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는다. 길고양이들이 재건축 공사 현장에 갇혀 죽는다는 시민 청원이 호응을 얻자 서울시가 ‘길고양이 공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대책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매년 약 1000마리의 고양이가 더 중성화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서울시민 청원 사이트 ‘민주주의 서울’에 올린 동영상에서 “서울에 사는 약 14만 마리의 길고양이와의 공존이 필요하다”며 “‘도시정비구역 내 길고양이 보호 매뉴얼’과 ‘길고양이 민원 처리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대책은 재개발·재건축 착공을 앞둔 지역 길고양이의 집중 중성화다. 먼저 서울시는 재개발 철거 공사가 임박한 데다, 사업 규모가 큰 지역 중 지역 주민과 동물보호 단체 등의 요청이 있는 곳을 중성화 후보지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고양이 개체 수를 파악한 뒤 암·수 구분 없이 중성화한다. 이후 먹이로 고양이를 꾀어 재개발 공사 예정지 밖 녹지대 등으로 유인한다. 동물보호 단체 등은 꾀어낸 고양이들을 재개발 공사가 끝날 때까지 돌본다. 공사가 끝나면 고양이들을 다시 이전에 살던 재개발 단지 중심지로 돌려보낸다.

서울시는 이같은 중성화 대책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단 사업 규모는 내년도 예산편성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시에서는 연간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 1000마리 안팎의 중성화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의 중성화 비용은 약 15만원이다. 수술비로만 매년 1억5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그동안 길고양이는 서울시 내 단골 민원 소재였다. 아이 울음소리 같은 교미음이 소름 끼친다, 눈빛이 무섭다, 발정기 배설물의 냄새가 독하다, 울음소리가 재수 없다는 불만이 줄이었다. 서울시 민원서비스인 다산콜센터에도 고양이 관련 민원만 연간 약 4만건 이상이 접수됐다.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해코지를 하는 ‘고양이 혐오’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시의 최선책은 중성화였다. 무차별 살처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쥐가 폭증할 우려가 크다. 강제로 터전을 옮기면 영역동물인 고양이에게 해롭다. 반면 고양이를 중성화하면 새끼를 낳지 못하고, 발정기 때 내는 교미음을 내지 않아 조용해진다. 배설물 냄새도 줄어든다. 길고양이를 그대로 두면 1년에 많게는 약 10배까지 수가 늘어난다. 서울에는 현재 약 14만마리의 길고양이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매년 약 1만마리를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했다. 연간 1만5000마리가 목표지만 예산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재개발 단지 길고양이는 다른 지역보다 중성화 수술이 더 시급하다. 철거공사가 시작되면 고양이들이 놀라 으슥한 곳으로 숨다 죽는다. 재개발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 단지(1만2000세대 규모)에서는 약 250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살았던 것으로 조사된다.

한편 고양이 말고 들개가 말썽을 피우기도 한다. 대부분 주인에게 버려져 산속을 떠돌다 이따금 땅으로 내려오는 개들이다. 다만 서울시는 들개에 대해선 길고양이와 다른 처방을 내릴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들개에 대해선 재개발 단지에서 잡아 중성화하기보단 ‘산속 포획’ ‘반려동물 당시사전 중성화’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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