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에 외국인들 “떠나야 하나” 불안감…본토 출신들도 염증


홍콩의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홍콩 인구의 10% 가까이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대치 정국에 홍콩 경제가 흔들리는데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지위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홍콩에는 65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홍콩의 전체 인구가 750만명이고, 이중 본토에서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100만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활기차고 자유로운 도시 분위기와 낮은 범죄율, 저율의 세금 등으로 국제적인 은행가, 변호사, 전문직 종사자들을 끌어들였는데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임대료와 비좁은 주거 공간 등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게다가 장기화되는 홍콩의 정국 불안은 외국인들을 더욱 동요시키고 있다.

2012년 런던에서 홍콩으로 이주해온 매들린 바딘(33·여)은 7년째 사업을 해왔지만 요즘 홍콩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SCMP에 털어놨다. 그녀는 “8개월된 아들과 밖에 나갈때는 시위 관련 뉴스를 먼저 확인하고, 최근 공항이 폐쇄되는 것을 보고 출장도 취소했다”며 “장기적으로 더욱 불안해질 홍콩에 머무르기는 싫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주 홍콩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1단계 하향조정하고 등급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은 1997년 홍콩 반환후 처음이다.

피치는 홍콩에서 몇 개월간 지속된 갈등과 폭력이 일국양제의 한계와 유연성을 시험하고 있다고 신용등급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 홍콩의 경제·금융, 사회·정치적 연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중국의 통치 체제로의 지속적인 통합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이 중국의 통치체계에 흡수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토론방에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 홍콩을 떠나야 하는지, 아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안전한지, 영원히 홍콩을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거론하며 중국이 홍콩에 자유를 부여하는 ‘일국양제’ 시스템을 없애려 한다는 걱정을 한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민주당의 로킨헤이 부대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홍콩만의 가치가 없어진다면 홍콩이 누리는 명성과 지위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8월 외국인이 홍콩에 취업비자를 신청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특히 중국 본토 출신 사람들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중국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중국인은 “아내가 공공장소에서 만다린어(중국 표준어)로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당초 홍콩에서 은퇴하려 했으나 요즘은 중국 선전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상하이 켈리 서비스사의 제이슨 탄 이사는 “홍콩에서 일하고 있으나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금융 전문가들로부터 하루에 20통이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홍콩을 떠나길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채용정보사이트가 필리핀 가정 도우미 9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5%가 시위를 걱정하지만 월급이 높은 홍콩을 떠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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