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이번에도 트위터로 경질을 알렸다.

2018년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배석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존 볼턴(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뉴시스

초강경파였던 볼턴 보좌관의 교체로 대북 정책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더욱 유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22일 임명돼 백악관에 입성했던 볼턴 보좌관은 1년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더 이상 백악관에서 그의 근무가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행정부에 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그의 많은 제안을 매우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나는 볼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고, 오늘 아침 나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그의 봉직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여긴다”면서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 밤 내가 사임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잘린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볼턴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나는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경질 과정을 놓고 다른 말을 하면서 진실공방 논란까지 빚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경질’을 알리기 1시간 전, 백악관은 이날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공동 브리핑에 볼턴이 배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질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언론들은 볼턴이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인사들로부터 볼턴을 교체하라는 다수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경질의 결정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은밀하게 밀어붙였던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지난 8일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비밀리에 만나려고 했으나 이를 전격 취소했다.

볼턴은 9·11 테러 18주년 기념일이 코앞으로 다가 온 상황에서 추진됐던 탈레반과의 비밀회동을 반대했다. 이를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측이 흘린 것이라고 보고 격분했다는 것이다. 특히 CNN은 트윗 경질 전날 밤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이 이 문제로 과열된 언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도 두 사람의 거리를 멀게 한 요인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듭된 만남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볼턴은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판문점 회동도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 회동을 막바지 조율을 할 때 볼턴은 수행을 하지 않고 예정됐던 몽골 방문을 강행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볼턴은 또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당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볼턴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전쟁광’이라고 조롱해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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