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환경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기 오염이 다시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복 관세 부과 등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대외 수출이 차질을 빚고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게되자 ‘굴뚝 산업’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의욕적으로 진행해온 ‘푸른하늘 지키기 전쟁’도 무역전쟁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십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공장 생산량을 늘리면서 대기 환경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글로벌 운용사인 CLSA의 찰스 욘츠 리서치팀장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산업생산을 늘리면서 중국의 많은 도시에 드리워진 스모그를 제거하는 노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굴뚝 산업을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하면서 중국 북부지역 오염 배출 산업의 생산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 열린 CLSA 투자자 포럼에서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등 수도권을 아우르는 징진지(京津冀) 지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기 오염도가 6.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굴뚝 산업’이 석탄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도 제시했다.

허베이성, 산둥성, 산시성, 허난성 등 베이징 주변 지역의 경우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시멘트, 금속, 철강, 화력발전 등의 산업생산이 10~3월 사이 크게 증가했다. 철강 생산은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LSA 통계에 따르면 중국 북부의 조강 생산량은 2018년 겨울 4.9% 감소했으나, 지난 겨울에는 21.2% 증가했다. 철강제품 생산도 지난 겨울 29.7%가 증가해 전년도의 25.9% 감소세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북부 39개 주요 도시의 대기 오염이 지난 1월 16% 증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욘츠는 중국 28개 도시 가운데 4곳만이 스모그 또는 대기질 목표를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리가오 생태환경부 기후변화실장은 지난달 30일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요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여전히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내 2위 석탄생산 업체인 중국중매에너지는 2019년 상반기 수익이 20%나 늘었다. 중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신화그룹도 석탄 판매 수익이 109억 달러에서 112억7000만 달러 규모로 늘었다. 신화그룹의 석탄 판매량의 98%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난방규제 탓에 추운 교실을 피해 운동장에서 햇빛을 쬐며 수업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11월 베이징 APEC 정상회의 때 “최근 나는 아침마다 가장 먼저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체크한다”며 “중국 전역에서 매일 푸른 하늘과 맑은 강을 보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2015년부터 지방정부의 책임과 벌금 등을 대폭 강화한 초강력 환경보호법 시행에 들어갔다.

중앙정부가 밀어붙이기식 드라이브를 걸자 2017년 겨울 대체난방 수단도 없이 석탄연료 사용을 금지하면서 북부 지역 농촌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일부 지역에선 학교에 난방시설이 없어 어린 학생들이 추운 교실 대신 햇빛이 비치는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다. 또 수도권 지역의 오염배출업체들을 무더기로 철거했다. 2017년 9월까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산시성, 산둥성, 허난성 등 6개 성시에서 17만곳 이상의 오염배출 기업이 정리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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