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충북 청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 국민일보 DB

서울 마포구에 사는 A(34)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루 새 아이의 이마 오른쪽에 옅은 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A씨는 어린이집을 찾아 폐쇄회로(CC) TV 확인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함께 대동해야 할 뿐 아니라 영상에 나오는 아이들의 초상권 문제까지 해결해야 보여줄 수 있다’는 대답만을 들었다. A씨는 “아이가 어디에 부딪혔을 수도 있어 물어본 건데 교사들이 ‘학대를 의심하는거냐’며 예민하게 반응할 때는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혹시 모를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CCTV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은 CCTV 설치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1753가구 중 90%가 넘는 1570여가구가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아동학대 예방에 효과가 매우 크다’고 답했다.

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정부는 지난 2015년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학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대구 달성군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2명이 원아 7명을 100여 차례 학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서울 강북구의 한 구립 어린이집에서도 원장과 교사들이 원생들에게 성추행을 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학부모들의 주장이 교사들에 대한 감시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교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CCTV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현장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중단했다.

서울시는 ‘인공지는 어린이 안전플랫폼’ 시범사업안에서 “CCTV 인공지능 영상 분석을 통해 아동의 이상행동을 인식해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을 신청한 금천구 등 서울 내 보육교사들이 “CCTV 설치 의무화에 이어 인공지능 CCTV로 강화하는 것은 학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의 신뢰관계를 깨는 것”이라고 반발해 무산됐다. 시범사업을 신청한 금천구는 지난달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고를 막는 방법으로 감시보다는 보육교사의 증원과 업무환경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반에 교사 1명이 많게는 10명 가까이의 원생들을 돌보는 현실이 교사들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현장의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열악한 환경이나 처우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학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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