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4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이 시위 주제가를 축구 경기장, 쇼핑몰 등 곳곳에서 부르며 저항을 표현하고 있다. 10일 있었던 2022 월드컵 축구 경기 예선전이 열린 경기장에서도 시위 주제가는 어김없이 울려퍼졌다.

10일 홍콩과 이란 간 월드컵 축구 예선전이 열린 홍콩경기장에서 관중들이 "홍콩에 자유를"(Free HK)이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축구경기장에서 한 관중이 펼쳐 든 영국 통치 시절 홍콩 깃발. AP통신=연합뉴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경기장에서는 홍콩과 이란의 2022 월드컵 예선전이 열렸다. 경기 시작 직전에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자 관람석의 홍콩 축구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또 저항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등을 돌리고 뒤로 돌아서기도 했다.

관중들은 중국 국가에 맞서려는 듯 송환법 반대 시위의 주제가로 일컬어지는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한 홍콩 음악가가 시위대의 단결과 사기 고취를 위해 작곡했으며 송환법 반대 시위 때마다 불린다. 일부 시위대는 정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담은 이 노래를 ‘홍콩 국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10일 저녁 홍콩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월드컵 예선전 경기에서 중국 국가 대신 '홍콩에 영광을'을 부르는 관중들의 모습. 하단 첨부 영상 캡처

축구 전반전 경기가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자 관중들은 운동장과 관중석에서 손에 손을 맞잡고 ‘인간 띠’를 만드는 시위를 벌였다. 아울러 휴대전화의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촛불집회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관중들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대신 영국 통치 시절 홍콩 깃발과 성조기 등을 펼쳐 들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9일 밤 홍콩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노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의 주제가로 불리는 '홍콩에 영광을'을 함께 불렀다. 트위터 영상 캡처

한편 지난 9일(현지시간) 밤에는 몽콕, 웡타이신, 정관오, 퉁충 등 홍콩 곳곳의 대형 쇼핑몰에서 ‘홍콩에 영광을’을 부르는 노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 힘내라” 등의 구호도 함께 외쳤다.

또 같은 날 홍콩 침례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시위대가 내건 시한인 13일까지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것을 홍콩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나머지 4개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대학생들은 정부가 13일까지 5대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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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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