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아닌 노동의 날… ‘명절 증후군’ 예방하려면?

음식준비·운전 등 모든 걸 분담, 재밌는 명절 기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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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되기 전부터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많다. 많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따뜻한 시간을 보내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겐 음식 준비로 고된 노동의 날이고, 입시와 취업, 결혼 등으로 질문 공세를 하는 친척들과의 자리에서 빠지고 싶은 이도 있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다는 남편들의 애환도 있다.

명절이 끝난 직후 급증하는 이혼율이 이것을 방증한다. 통계청 인구 동향 발표에 따르면, 명절이 끝난 후 이혼 관련 법률 상담이 평소보다 증가한다. 설과 추석이 끝나는 3월과 10월이 전달보다 각각 18%,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후반 직장인 여성 윤모씨에게는 명절은 피하고 싶은 연휴다. 몇 년 전부턴 명절에 진행하는 교회의 해외 사역에 참여하며 가족 모임엔 일절 나가지 않고 있다. “너 정도면 뭐가 부족하다고 왜 결혼을 안 하니?”라는 친척들의 공세에 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친척 모임에서 만나는 사촌들의 결혼과 출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민망하다는 윤씨는 “단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못 만난 것뿐인데 불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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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며느리인 30대 중반 이모씨는 이번에도 명절 후 부부싸움을 하게 될까 봐 마음을 졸인다. 엄마 껌딱지인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음식 준비는커녕 설거지하기도 벅차다. 이씨는 “아직 동서가 없어서 시어머니는 저한테 바라는 기대치가 높다. 명절이 솔직히 노동하는 날처럼 느껴져 화가 난다”며 “남편과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는 11일 지혜롭게 명절을 보내는 방법을 제안했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차례상 등 불균형적인 명절 준비, (입시와 취업, 결혼 등을 말하며 비롯된) 비교하는 대화, 건강하지 못한 대화 등에서 비롯된다.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는 “명절 때 받은 상처받은 마음은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이 마음을 지혜롭게 풀지 못하면 오히려 부부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명절증후군을 빨리 날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부부가 상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캠프’를 가정 내에서 갖는 게 좋다고 했다. ‘같이 흉보기’를 통해 부부가 다른 이들과 상황으로부터 받은 상한 마음을 쏟도록 돕는다. 상처받은 순서대로 말하고, 나머지 배우자는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이 돼 주는 것이다. 이때 공감 언어 말고 다른 언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 또다시 전투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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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배우자에게 고마웠던 점 10가지 혹은 20가지를 열거하면서 감사를 표현하며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김 공동대표는 “음식 준비로 수고한 아내에게 남편이 직접 마사지를 해주거나 마사지에 가도록 지원하기, 아내에게 하루 휴가를 보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명절증후군 없는 연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김 공동대표는 “음식 준비를 특정한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이 함께 준비한다면 이로 인한 갈등과 서운함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마다 한 두 가지 반찬을 준비하면 명절 때 음식 준비로 인해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다. 설거지도 돌아가면서 하거나 윷놀이, 사다리 타기 등을 통해 벌칙으로 정하면 재밌는 명절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 날엔 남은 반찬을 모아 비빔밥을 만드는 것도 설거지 거리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다. 남성의 역할로 인식된 운전도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할 수 있다. 김 공동대표는 “명절의 주인공은 우리이다. 의미 있게 명절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며 “축복기도와 가족 세족식 등 건강한 크리스천 가족문화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명절 때 외로운 환우들이나 소외된 이웃을 방문하고 음식을 나눠주며 따뜻하고 나눔이 있는 명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패밀리는 오는 20~21일 상한 감정을 치유하는 마음 디톡스 과정 ‘감정치유’ 프로그램을 경기도 양평군 잠실길 W-스토리에서 진행한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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