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연합뉴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추석을 맞아 가슴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소식을 전해볼까 합니다. 곳곳에서 알려온 이름 없는 기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전남 순천소방서에서 날아온 이야기입니다. 명절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9일이었습니다. 소방서 1층에 있는 서면센터 사무실에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저녁 6시쯤이었고 당시 소방공무원들은 차고에서 교대 점검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그리 어둡지 않은 시간이라 사람이 오갔다면 눈에 띄었을 텐데, 사무실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몰래 다녀간 게 분명했습니다.

사무실에는 무언가 두둑이 든 봉투 하나와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오만원권 20장이 들어있었습니다. 1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요. 갑작스럽게 전달된 돈뭉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함께 온 편지를 읽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관님들. 한 번은 꼭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적지만 맛있는 식사 한번 하세요. 누가 보냈나 묻지도 마세요.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항상 감사합니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사 인사는 전 국민의 마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요.

소방서 관계자는 “격려의 편지에다 회식하라며 이렇게 돈까지 챙겨주셔서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직원들 모두 소방공무원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껴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순천소방서는 이 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난 11일 있었던 두 번째 이야기는 광주에서 들려왔습니다. 광산구 첨단1동 행정복지센터에 난데없이 대량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보낸이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확인해보니 5㎏짜리 사과 상자였습니다. 한 상자 한 상자 내려지더니 센터 안에는 무려 44개의 사과 상자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센터 직원들은 ‘아, 또 그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또 있었던 걸까요? 그렇습니다. 택배는 지난해 추석 때도 도착했습니다. 그때는 쌀 10㎏들이 40포대였습니다. 물론 보낸 사람은 같았습니다.

2년째 나눔을 이어가고 있는 이름 모를 ‘그’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시절 센터의 도움을 받았던 분이라고 합니다. 사정이 어려웠을 당시 지역사회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갚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데요. 이런 사연만 전할 뿐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광산구는 그가 바란 대로 사과를 홀몸 어르신 가정 등에 골고루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주인공들이 누구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확실한 건 있습니다. 소방서에 편지와 회식비를 전달한 시민도, 복지센터에 사과를 선물을 시민도 자신이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라는 이유가 있었다는 겁니다. 더 이상 무언갈 밝힐 필요가 사라졌습니다. 행복이 순환되고 있다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충분하니까요.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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