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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체 아닌 ‘아베의 역사 인식·정책’ 타겟해야”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통일 위한 주변 4개국 전략 제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숭실통일아카데미 제공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분단상태보다 자국 국익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설득해야 한다. 이들이 통일에 협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지난 10일 저녁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숭실통일아카데미’ 초청 강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주변 4국(중국 일본 러시아 일본)은 공식적으로 평화통일을 지지하지만, 내심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분단)를 선호할 수 있기에 분단 지속의 방향으로 작동하는 원심력을 약하게 하는 평화·통일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각국에 따른 전략도 제시했다. 최근 제일 복잡하게 꼬인 대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윤 전 장관은 “한·일 갈등의 원인은 아베 총리의 수정주의적 역사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30년대 군국주의 시대,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식의 역사관을 보유한 그는 선배 정치인들이 식민지배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있게 사죄한 모습의 반대 행보를 보인다. 일본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나가는 아베 총리는 1965년 이후 한·일 간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도 꾸준히 지킨 정경분리원칙을 폐기했다.

윤 전 장관은 “일본 전체를 적으로 할 게 아니라 아베 총리의 수정주의적 인식과 정책을 타겟으로 해야 한다”면서 “또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응하면서 우리가 가진 강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그것은 명분과 도덕상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자유무역의 원리를 훼손한 행위라는 국제적 여론을 일으키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도 전시 여성 인권 위반의 국제 규범 문제로 들고 나가 전 세계에 알리고 문제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거사와 안보경제사회 협력은 상호 분리한 외교로 나가고, 통일 후 한미동맹 지속, 북한지역 개발 관련 경제적 이익 등을 설득할 수 있다.

숭실통일아카데미 제공

윤 전 장관은 대미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관료 간에는 북한 문제에 대해 간격이 존재한다”며 “정상외교 차원뿐 아니라 각 행정부와 의회, 여론을 대상으로 총력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간 주요 현안에 대해 한국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신뢰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핵심 정책결정자들에게 한반도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이해하고 설득시키는 점이다. 윤 전 장관은 “한국이 반도이기에 중국은 최소한 북한 지역을 미·중 간 군사적 중립지대, 혹은 비무장 지대로 남겨놓길 원한다”며 “이것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해 한국전쟁 때 개입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부분 정책결정자는 이런 지정학적 특수성을 별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도 밝혔다.

중국에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은 것임을 확인해줘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우려 사항(주한미군, 영토 문제 등)을 미국과 협조하에 해소할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분단 지속한 상태보다 통일 후 정치·경제적 이득이 중국에 크다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최근 심화한 미·중 갈등이 한국 외교에 중요한 도전 요인”이라며 “미·중 갈등에서 한반도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다른 문제에선 서로 갈등하더라도 한반도 평화, 비핵화 문제에 있어선 미·중이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미·중 갈등의 강화로 통일에 이르는 어려움은 있지만, 한·미 동맹에 기반을 두면서 중국을 포용하는 중첩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러시아에도 통일 후 철도와 에너지, 경제협력 등의 이점을 강조할 수 있다.

윤 전 장관은 한반도의 구심력 강화를 위해선 남북 사람들의 화학적 결합이 긴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체제와 이념이 다른 남북 주민들의 통합은 영적 차원의 문제이기에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교회가 남북의 통합을 추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대북 정책의 핵심과제는 비핵화를 추진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도와 남북한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과정으로서 통일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대북제재 밖에서 의료보건, 환경협력 분야 등에서 기울일 수 있다. 또 한국에 사는 3만여 명의 탈북주민들에게 깊은 관심을 두고 사랑을 나눠야 북한 주민을 품어 안는 통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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