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하계패럴림픽 메달(위)과 욱일기. 욱일기에서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선의 모양이 패럴림픽 메달과 비슷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 사진=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아래 사진=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내년 도쿄에서 열릴 2020 도쿄하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선수들에게 수여할 공식 메달이 전범기(욱일기)를 연상케한다는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해 파문이 예상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은 12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단장회의 3차 본회의를 마친 뒤 한국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 패럴림픽 메달은 일본 부채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 연합뉴스

그는 “패럴림픽 메달 디자인 수정을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지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축시켰다. 지난달 25일 조직위는 메달 디자인을 발표하며 “총 421건의 응모작 중 부채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결정했다”며 “바위, 꽃, 나무, 잎, 물 등 일본의 자연을 형상화해 메달을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슨스 위원장은 당시 조직위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같은 날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본회의에서 IPC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장애인체육회가 “욱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 침략에 사용된 일본군 깃발로, 여러 국가에 역사적 상처를 상기시키는 상징물”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중국 장애인체육회도 한국 측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IPC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가정적인 상황에 관해 답변하기 힘들다”며 “한국과 중국이 동의한다면 추후 별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IPC와 위원장 모두 메달 디자인 수정에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한편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IOC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체부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앞으로 장관 명의의 서한을 보내고 욱일기에 관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입장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며 욱일기 사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사용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NHK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IOC는 “IOC는 당초부터 경기장은 어떠한 정치적 주장의 장소도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며 “대회기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도쿄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의 사용을 금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를 반입 금지품으로 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욱일기는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당시 전면에 내걸고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상징물로 사용한 전범기다. 나치가 하켄크로이츠를 내걸고 온갖 만행을 저질러 독일이 하켄크로이츠 등 상징 문양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욱일기가 자위대기로 사용되거나 극우들의 혐한 집회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우 이러한 의미를 받아들여 이미 경기장 내에서 욱일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문체부가 IOC에 항의 서한을 보낼 당시 이 점에 대해서도 부각했지만 IOC는 “문제가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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