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 가족과 친지가 밥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형성되는 이른바 ‘추석 민심’은 명절 전후의 가장 화제가 되는 정치적 이슈를 반영한다. 올해 역시 추석을 앞두고 떠오른 정치 현안이 한국 사회를 달구면서 차례상 위의 화두가 됐다.

여론을 가장 신속하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지표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실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정치검찰언론플레이’ 키워드가 1위를 차지했다. 이 검색어는 네이버 급상승 순위에도 등장했다.

이는 조 장관의 지지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키워드 검색을 독려한 결과다.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가 사모펀드 관련 업체들과 전화 통화를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진보성향의 일부 네티즌들은 검찰이 해당 녹취록을 언론에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특정 시간동안 검색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평소에 검색이 많이 되는 ‘날씨’ 등의 키워드는 실검 순위에 오를 수 없다. 익숙한 단어라도 조합을 통해 순위가 올라갈 수 있다. 원래 0번이던 검색어가 특정 시간 동안 1000번이 되면 순위에 오르게 되는 식이다. 평소 관심을 갖지 못하던 검색어일수록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매커니즘이다.


앞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검 전쟁’이 불붙었다. 지난 10일 네이버 ‘실검 1위’는 연령대에 따라 갈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2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문재인탄핵’이, 30대와 40대에서는 ‘문재인지지’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검색어 ‘문재인탄핵’은 조 장관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여론을, ‘문재인지지’는 조 장관의 임명을 찬성하는 다른 한쪽의 여론을 실시간으로 반영했다.

동시간대에 검색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네티즌들 간의 약속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성향으로 갈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실검 올리기’ 약속이 이뤄진다.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반복 입력시켜 순위에 올린다. ‘검찰단체사표환영’, ‘나경원 자녀 의혹’ 등의 키워드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조 장관을 응원하고,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의혹을 제기하는 검색어가 연일 포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자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한국당이 ‘정치적 사안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어떤 게 정치적이고, 어떤 게 상업적인지 데이터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가급적 판단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네이버 측은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서비스의 원칙 자체가 시스템에 인위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입을 하면 논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검색어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여론 조작’이며 ‘정보 왜곡’을 가져온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검 순위는 당분간 단순히 검색량이 증가한 단어의 의미를 넘어 트렌드와 현안에 대한 특정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여론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의 본질은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서비스의 취지 자체가 평소에 관심 갖지 못하는 검색어도 관심받게 하자는 것”이라며 “순위에 오른 해당 검색어가 여론일 수도 있는 것이고, 이 여론이 실검이라는 수단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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